포스코와 현대자동차그룹이 한보철강 인수를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됐다.

지난 97년 부도난 뒤 현재 법정관리 중인 한보철강에 대한 인수의향서가 마감되는 14일 포스코와 동국제강, 현대차그룹의 현대하이스코와 INI스틸이 각각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전망이다. 여기에 작년 말 4500억원을 완납하지 못해 한보철강 인수 직전에 고배를 마셨던 중후산업을 비롯, 동부제강, 세아제강, 한국제강, 일부 일본 업체도 입찰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현대차그룹이 한보철강을 인수하여 철근은 물론, 냉연강판에 이르기까지 철강시장의 점유율을 높여 나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로선 국내에서 독점 생산 중인 열연강판 시장을 지키고 냉연강판의 시장점유율(절반 정도)을 유지하기 위해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는 입장이다. 반면 90년대 중반 일관제철소 진출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현대차그룹은 포스코로부터 철강 자립도를 높이는 데 한보철강 인수가 매력적인 카드다.

한보철강 당진제철소는 철근을 만드는 A지구와 열연강판·냉연강판 위주의 B지구로 나뉜다. 국내 최고의 설비라는 A지구는 최근 풀가동 중이지만, B지구는 70% 정도를 짓다가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포스코가 인수에 적극적인 이유는 한보철강의 기업가치가 오름세를 타고 있기 때문. 포스코 이동희 상무는 “2년 전만 해도 철강생산이 과잉이었고 한보철강의 수익성도 없었다”며 “하지만 최근 철강 경기 호조와 철강재 가격 상승으로 한보의 가치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IMF 외환위기 이전에 동국제강과 함께 한보철강 인수를 추진할 당시 인수 호가가 2조원이나 됐지만 현재 5000억원대로 크게 하락한 것도 매력적이다.

포스코로서는 그동안 시험가동해온 첨단 공법인 파이넥스 공법을 B지구에 시험 적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아산만의 당진제철소를 인수하면 지리적으로 중국으로 곧장 이어지는 수출공장을 확보한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경우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철강 자립도 높이기가 목적이다. 현대하이스코 관계자는 “우리는 B지구에 있는 자동차용 아연도금 강판 설비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3~4년 전 현대하이스코가 율촌에다 냉연공장을 건설해 현대차에다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겠다고 하자, 포스코가 원료격인 냉연용 열연강판을 줄 수 없다고 맞서 결국 소송까지 가기도 했다. 지금은 다시 포스코로부터 열연강판을 일부 공급받고 있지만, 항상 납품 조건이나 가격 때문에 불만인 터라 한보철강 인수가 시급한 입장이다.

매각주간사를 맡고 있는 삼일회계법인측은 자금조달 가능성, 재무구조 건전성 등을 고려하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이들을 대상으로 5월 중 예비실사를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