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국민은행장과 김승유 하나은행장이 1일 약속이나 한 듯이 세계적인 금융기관과 손잡고 씨티은행에 맞설 것임을 동시에 선언하고 나섰다.

김정태 행장은 이날 월례조회에서 "씨티은행은 한두 달 이내에 한미은행 인수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며 "씨티하고 맞서 싸울 수 있는 제휴파트너를 찾아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의 김승유 행장도 비슷한 전략을 천명했다. 김승유 행장은 "씨티은행에 맞서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미국계 씨티은행이 이달 중 한미은행 지분을 공개매수한 뒤 씨티은행 점포 15개를 한미은행에 편입시켜, 하영구 행장 체제로 한미은행을 재출범시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씨티은행 진출에 긴장하는 것은 씨티은행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린 상품·서비스 경쟁력과 마케팅 노하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은 한국에서도 지난 89년 최초로 프라이빗 뱅킹(PB)을 시작한 데 이어 2002년 10월 주가지수연동상품을 내놓았고, 이후 국내 은행들이 뒤따라 시행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국내 은행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겉으로는 "한국의 소비자와 기업금융, 신용카드, 자산관리 등 균형을 맞춰 영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씨티은행이 부자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뱅킹 업무와 신용카드 등 소매금융 시장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김정태 행장과 김승유 행장이 씨티은행에 대해 가장 경계하는 분야도 바로 소매금융이다. 따라서 이들 은행이 제휴할 해외 금융기관은 소매금융에 강점이 있는 유명업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태 행장은 씨티은행의 부자고객 공략에 대비, 거액고객 자산관리에 정통한 스위스계 은행과의 제휴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유 행장은 프리이빗 뱅킹 강화전략의 일환으로 "프라이빗 뱅커들에게 파격적인 성과급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하나은행은 프라이빗 사업본부를 이달 중 신설해 이머징마켓(신흥시장) 펀드 등 고수익 상품 개발과 전문적인 위험관리 서비스 제공을 발표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씨티은행이 신용카드 영업을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은행권에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씨티은행은 "카드사 인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씨티은행이 LG카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은 씨티은행의 LG카드 인수를 어떻게 해서든 막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