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한국과 가장 유사한 신용카드 위기를 겪은 곳은 홍콩이다.
홍콩의 신용카드 위기는 지난 97년 홍콩이 중국령으로 넘어가기 전 영국 정부가 입법한 신용정보법이 발단이었다. 영국 정부는 중국 정부가 홍콩의 개인 신용정보를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인신용정보의 공유를 엄격히 통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후 홍콩정부는 지난 98년 개인파산법을 완화시키는 조치까지 취했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채무를 재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신용불량자 등록 4년 후 자동적으로 리스트에서 제외시키도록 했다. 그 결과 지난 98년 893건에 불과하던 개인파산이 지난 2001년엔 9151건으로 10배 이상 폭증했다. 신용불량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 것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마이크 디노마 소매금융담당 이사는 "97년 입법된 엄격한 개인신용정보법 때문에 고객이 어느 기관에서 얼마를 빌리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개인 상환능력의 수십배나 되는 돈을 마구 빌려주었다"고 말했다.
경기가 침체되자 빚을 갚을 수 없는 사람이 쏟아져 나왔고, 지난 2002년 초 신용카드 연체율은 14%에 육박할 정도로 홍콩 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이 됐다.
홍콩정부는 논란 끝에 지난 2003년 8월 개인 대출자의 신용 정보를 금융기관들 간에 공유할 수 있도록 통합신용정보시스템을 구축, 최악의 신용카드 대란에서 겨우 벗어나고 있다.
(최우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