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발매된 증권사의 일임형 랩어카운트가 5개월 동안 1조원이 훨씬 넘는 돈을 끌어모으면서 증권사의 새로운 주력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연초 이후 1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경쟁적으로 발표하면서 '손님 끌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증권사들이 운용 인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랩 어카운트 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운용을 기대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증권사의 랩 어카운트 상품 중에는 일부 계좌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수익 약속 못 지키기도=금융감독원이 지난 1월 말 현재 일임형 랩 어카운트를 판매하고 있는 11개 증권사의 판매액을 집계한 결과, 총 1조2257억원의 투자금액이 일임형 랩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2월 한 달 동안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추가로 증권사 랩에 가입, 총 판매액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증권사들은 최근 연초 가입 후 2월 중순까지 랩 수익률이 10% 안팎에 이른다는 자료를 경쟁적으로 발표하면서 판촉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모 증권사 랩 어카운트 담당자는 "랩 어카운트 상품은 과거 투신사 펀드와 달리 각각의 계좌 수익률이 다 다르고 가입기간에 따라서도 수익률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평균적인 수익률 개념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자기가 가입한 증권사의 랩 상품이 평균 10%의 수익률을 냈다고 하더라도 정작 자신의 계좌는 그보다 훨씬 못한 수익률이 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운용 능력 반드시 점검해야=증권사들이 랩 어카운트 관련 인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작년 10월 발매 당시 급격한 판매 증가를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가 돈이 몰리자 뒤늦게 인원 보강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랩 어카운트 운용 능력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투신운용사의 유명 펀드매니저들을 대거 영입, 랩 어카운트 운용을 맡기고 있지만 일괄적으로 주식을 사서 펀드별로 나눠 싣는 포괄주문이 가능한 투신사 펀드와 포괄주문이 불가능한 랩 상품 운용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증권사들이 랩 어카운트 상품에도 포괄주문을 허용해 달라고 관계 당국에 요청하고 있지만, 이럴 경우 기존의 투신사 펀드와 차별성이 없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모 투신운용사 사장은 "똑같이 포괄주문을 통해 운용된다면 경험 짧은 랩 상품보다는 차라리 운용경험 풍부한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투신사 펀드가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금융공학팀 조태운 대리는 "랩 운용 후 최소 1년은 지나야 회사별·상품별 진정한 우열이 가려질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여러 회사의 여러 상품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투자 위험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