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8일(현지시각) 발표한 성명서에서 삭제한 문구 하나가 세계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FRB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연방 기금금리를 동결(현재 1%)한다"고 밝힌 성명서에서 지난달까지 포함돼 있던 '상당기간(considerable period) 저금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표현을 삭제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 "미국의 고용시장이 좋아지자 경기 급등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앞당기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서, 약세 기조였던 달러가 급반등하고 미국·아시아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직원들이 28일 유로-달러화 선물 거래 주문을 내고있다. 이날 달러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현행대로 1%로 동결하면서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자 강세를 나타냈다.



달러 강세로 전환

이날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141.55포인트(1.33%) 하락한 10468.37을 기록해, 2주일 만에 처음으로 105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나스닥 지수도 38.67포인트(1.83%) 내린 2077.37로 장을 마감했다. 그 여파로 29일 아시아 주요 증시는 대부분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28일 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전날보다 0.12%포인트나 오른 4.19%를 기록했다.

그동안 약세를 이어왔던 달러는 이날 주요 통화에 대해 일제히 강세로 반전됐다. 28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보다 0.0151달러 하락(달러 강세)한 유로당 1.2487달러를 기록했으며, 엔·달러 환율은 0.37엔 오른(달러 강세) 달러당 106.01엔으로 장을 마감했다.

달러 강세에 따라 원유 가격은 전날보다 0.50달러 떨어지며 배럴당 33.62달러(서부텍사스중질유 기준)를 기록했다.

뉴욕 월가(街)는 "FRB가 미국 경기회복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며, 올해 중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UBS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FRB가 그동안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높은 실업률이 점차 하락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8월쯤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금리 인상도 빨라질까

FRB 성명서 파동은 29일 한국 금융시장에도 즉각 영향을 미쳤다.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폭발적인 매수세를 보인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돌아섬에 따라, 사흘 연속 내림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0.60원 오른 달러당 1172.20원으로 소폭 반등(원화 약세)했다. 채권 시장에서도 국고채 3년물 금리가 0.05%포인트 오른 4.92%로 장을 마감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에 대해 달러 약세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우리나라의 수출을 진작시키는 반면 국내에 유입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거나 국내 금리가 동반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 등 선진국이 먼저 금리를 올리면 아시아 등에 몰려 있는 투자 자금이 높은 금리를 찾아 미국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의 정책 금리(콜금리)는 그동안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와 같이 움직이는 현상을 보였기 때문에, 콜금리 인상도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아직 미국처럼 금리 인상을 앞당기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