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5월 이후 이어지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바이 아시아(Buy Asia·아시아 주식 사들이기)' 행진이 주춤거리고 있다. 정부와 금융권이 공동으로 내놓은 주가연계펀드(KELF)에 돈이 몰리지 않는 등 국내 투자자들의 증시 외면현상이 여전한 가운데, 외국인들마저 소극적인 매매전략으로 돌아설 경우 주가 조정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매도에 시달리는 아시아 증시=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주 한국과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 증시에서 주식 팔기에 치중했다. 서울 증시에서도 지난 21일엔 소폭 순매수를 보였지만,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 연속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이 사흘 연속 순매도를 보인 건 지난 5월 말 외국인들이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대만 증시에서도 외국인들은 지난 17일 이후 20일까지 나흘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들이 대만 증시에서 나흘 연속 순매도를 보인 것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부담이 줄어들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본격화됐던 지난 4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지난 20일 외국인들이 기록한 2억7000만달러(약 3240억원)의 순매도 금액은 IT(정보기술) 버블 붕괴 초기였던 지난 2000년 4월 15일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외국인들은 지난 19일에는 태국 증시에서 3000만달러(약 36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는데 이 역시 2001년 12월 이후 최대규모였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영국에 이어 미국도 내년 상반기 중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는 등 세계적으로 유동성(流動性·자금흐름)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카드사 유동성 문제 등 국내 악재마저 불거지면서 외국인 매매전략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원화가 기조적인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최근 전망과 달리 원·달러 환율이 지난주 급등세(원화 가치 급락세)를 보인 점도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세에는 마이너스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원화표시 자산인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매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속도조절일 뿐이라는 분석도=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요 재원인 미국 뮤추얼펀드에는 여전히 자금이 몰리고 있다. 13일부터 19일까지 미국 뮤추얼펀드에는 직전 주와 같은 규모인 35억달러의 자금이 몰렸다. 뮤추얼펀드 스캔들로 인해 8억5000만달러의 자금유출이 일어났던 11월 중순 이후 2주 연속으로 대규모 자금이 들어온 셈이다.

미래에셋증권 안선영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그동안 급등세를 보여온 아시아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이익실현 욕구가 높은 상태"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경기회복 국면에서 상대적인 수혜 폭이 클 것으로 보이는 한국 등 아시아 주식시장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카드사 유동성 문제와 대선자금 수사 등 국내 고유의 악재는 당분간 외국인 매수세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