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대주주 책임하에 LG카드에 대해 총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추진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LG카드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금융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경영을 조기에 정상화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LG그룹이 카드사업을 포기하기보다는 경영권을 유지한 채 자구책을 마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지원방안 왜 나왔나=LG카드는 올 들어 연체채권이 계속 늘어나면서 3분기(7~9월)까지 누적적자가 1조168억원에 달하는 경영난에 직면했다. 또 연말까지 갚아야 할 채권 규모가 2조원대로 알려지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특히 최근 LG카드가 2대 주주인 미국 캐피털그룹과 외자유치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경영권 매각 가능성까지 열어 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LG그룹이 카드사업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LG그룹 대주주들이 LG카드 정상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경우 위기가 심화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동원증권 이준재 애널리스트는 "LG카드에 대한 시장의 불신은 주로 대주주들이 LG카드를 회생시킬 의지가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 LG카드를 매각할 경우 제값을 못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현실적 전략'도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카드업이 지금은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을 버는 사업)'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LG 고위관계자는 "연체율만 진정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 "성장성과 수익성이 뛰어난 신용카드 업계 1위 업체를 포기하기는 아깝다는 것이 그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LG카드 이종석 사장은 "현재 충당금 적립 전 영업이익이 영업수익의 40%에 달하고, NIS(순이자마진) 비율 역시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연체율이 안정화 추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면, 내년부터는 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동성 위기 돌파구될 것"=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LG그룹의 지원대책이 연말 LG카드의 유동성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윤영환 애널리스트는 "LG카드가 정상화하는 데 앞으로 2조원 가량이 필요하다"며 "증자를 통해 1조원이 유입된다면 시장에서 만기연장 채권의 차환발행 등이 무리없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에셋증권 한정태 애널리스트는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이 이뤄져 부실 대환대출 등을 공격적으로 정리해 준다면 비용의 추가발생을 막고 정상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며 "대환대출을 제외한 연체자산이 3조원 정도라면 LG카드가 자체적으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급적 자본확충 시기가 빠를수록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신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LG그룹이 자본확충을 어떤 식으로 해나갈지가 관심거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