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으로 서비스할 수 있어요? 규정보다 훨씬 비싸게 서비스료를 받으면서 불친절하고, 게다가 고친 지 하루 만에 또 고장났단 말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는 최근 고객들의 불만 신고를 잇따라 받고 현장 실태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는 황당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지정점' '삼성서비스 ○○점' '삼성컴퓨터서비스' 등의 이름을 단 업체들이 무단으로 애프터서비스 영업을 해왔던 것이다.

이들은 114안내나 전화번호부, 전화번호 안내 인터넷 사이트에도 버젓이 같은 이름을 올려놓고 영업하고 있었다. 예컨대 고객이 114안내에 "삼성전자 서울 ○○구 서비스센터 전화번호 알려달라"고 문의하면 삼성전자 공식 서비스센터가 아니라 엉뚱한 곳으로 안내받는 경우도 발생했다. 실태조사 결과, 이런 업체들은 전국적으로 240여개에 달했다.

LG도 마찬가지다. 최근 그룹 차원에서 실시한 브랜드 조사에서 LG전기, LG안전공사(보안장비업체) 등 LG브랜드를 무단으로 사용한 업체가 4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이 상품명이나 디자인, 로고 등 고유 브랜드를 도용(盜用)당한 피해가 심각하다. '가짜 삼성' '가짜 LG' '가짜 CJ' 때문에 '진짜 기업'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엉뚱한 항의를 받거나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국내 제조기업 222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기업의 브랜드 실태 및 애로조사'에 따르면 10개 기업 중 3개(31.5%)가 브랜드 도용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도용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져 법률상 허점을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제일제당은 1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어 사명(社名)을 CJ로 바꾸는 CI(기업이미지) 개선작업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름을 바꾼 직후 경기 과천, 부천, 구리 등에 CJ라는 회사가 줄줄이 생겨났다. 시군(市郡)을 바꾸면 등록이 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실태 조사결과 140여개 회사가 CJ란 이름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J는 최근 이들 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시정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김상민(법무팀장) 상무는 "소비재 업체에서는 '브랜드=상품의 질'인데, 브랜드를 무단으로 도용하면 기업에겐 치명적"이라며 "기업들이 스스로 대처하고 있는 실정인데, 정부차원에서 단속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형 스포츠센터를 운영하는 코오롱스포렉스도 브랜드 도용에 대한 자구책으로 최근 '스포렉스'를 무단으로 사용해온 서울의 한 스포츠센터를 상대로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 4800만원의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브랜드 도용 업체들을 확인해놓고도 소송 비용이 많이 들고 처벌을 해도 실익이 없어 적절한 대응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제약업체 A사 관계자는 "한 제품에 대한 브랜드 홍보와 관리비로 연간 200억원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제품의 디자인과 이름을 본딴 타 회사 제품으로 인해 5억원 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지만,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소업체들 중에는 아예 독자 브랜드 개발을 포기하고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돌아서는 사례도 있다. 대한상의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20.7%가 "브랜드 도용으로 인해 별 효과가 없어 독자 브랜드 개발을 포기했다"고 대답했다.

제일기획 브랜드전략연구소 김익태 박사는 "브랜드는 기업 경영의 요소이자 중요한 자산인데, 이를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기업 경쟁력을 깎아먹는 일"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도용당하는 업체와 도용한 업체 서로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