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가 구조조정의 '칼바람'에 떨고 있다. 증권업계는 IMF 외환위기 이후에도 큰 구조조정 없이 버텨온 무풍(無風)지대였다. 하지만 격해지는 증권사 간 경쟁과 함께 수입기반인 주식매매 수수료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어 더이상 구조조정 회오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 급증하는 명예퇴직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감자료에서 올 들어 증권사의 명예퇴직자 수가 534명으로, 이미 작년 한해의 명퇴자(321명)를 크게 넘어섰다고 밝혔다. 최근의 긴축경영 기조가 유지된다면 올 연말까지 지난 2001년의 567명보다 훨씬 많은 직원들이 명예퇴직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한다.
게다가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 증권사가 10여개에 달한다는 얘기가 나도는 등 증권사 차원의 구조조정 흐름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현투증권 매각 본계약 체결이 임박하면서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에 대한 추가 공적자금 투입과 구조조정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은행 유지창 총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아이디어 차원이라는 전제를 깔았지만, "한투와 대투를 합병한 이후 대우증권과 합병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발언, '구조조정 1순위'로 꼽히는 대우증권의 향방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 가속화된 수수료 인하 경쟁
IMF외환위기 직후인 97년 말 36개였던 증권사 수는 지난 8월 말 현재 오히려 44개로 늘어났다. 증권업계가 구조조정 무풍지대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 직원들이 스스로 제 갈길을 찾아 나가는 증권업계의 불문율 덕분이었다.
그러나 경쟁 격화로 증권사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으로 버티기엔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98년 3%대에 머물던 온라인 주식매매 비중이 60% 이상으로 크게 늘어나면서 증권사의 주된 수입원인 주식매매 수수료는 IMF외환 위기 이전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그래픽 참고 >
최근 동원증권이 '수수료 정액제'를 들고 나오면서 증권가에서는 2차 수수료 인하 경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주문 1건당 무조건 7000원을 받는 '정액제'는 거래금액의 일정 비율만큼 수수료를 물리던 과거 '정률제'에 비해 수수료가 최대 72%까지(1억원 주문 기준) 싸기 때문이다.
◆ 매물만 10개 넘어
이같은 수수료 인하 경쟁이 인원감축은 물론 증권사 차원의 구조조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미래에셋증권 심재엽 연구원은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 중소형 증권사가 10개를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굿모닝증권과 신한증권이 합병한 데 이어, 한화증권과 메리츠증권 등 중형 증권사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 대상을 찾고 있는 상태다. 우리증권과 동원증권 등 금융지주회사 소속 증권사들도 잠재적인 합병추진 세력으로 꼽히고 있다.
증권가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정부도 적극적이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증권업계를 리드할 수 있는 대형증권사를 3~4곳 집중 육성, 전반적인 업계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며 "한투·대투는 물론 대우증권 같은 대형 증권사의 구조조정을 통해 증권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을 유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