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과 이란의 샴(태국의 옛 이름·몸의 일부가 붙은 쌍둥이가 태국에서 처음 발견된 데서 유래)쌍둥이가 잇따라 분리수술을 받으며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수술로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쌍둥이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과학자들에게 쌍둥이는 이미 오래된, 그리고 까다로운 연구과제다. 특히 최근 10여년간 유전·질병 학자들은 '쌍둥이의 비밀'을 푸는 데 힘을 쏟아왔고, 아직도 쌍둥이는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미지의 세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연구 대상'으로 주목받는 쌍둥이=질병을 연구하는 유전학자들에게 '쌍둥이'는 연구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수 있다. 유전적으로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가 함께 걸릴 확률이 높은 질병일수록, 유전적인 원인이 강한 질병이기 때문.
지난해 미국 연구팀의 경우 유방암 연구에 일란성 쌍둥이를 적극 활용했다. 유방암의 경우, 연구결과 한 명이 유방암에 걸리면 나머지 쌍둥이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일반여성에 비해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폐증·당뇨병도 쌍둥이가 함께 걸릴 확률이 높은 질병. 최근 연구 결과 이 두 질병은 한쪽 쌍둥이가 걸리면 다른 쌍둥이가 걸릴 확률이 90%가 넘는다고 한다. 최근 미국 연구팀은 정신분열증도 쌍둥이가 함께 걸리기 쉬운 병이라고 지적했다.
일반인의 정신분열병 발병률은 1% 정도지만, 일란성 쌍둥이 중 한명이 정신분열증이 있으면 다른 한명의 발병률은 48%(환자의 이란성 쌍둥이 17%, 자녀 13%, 형제·자매 9%, 부모 6%)에 달한다. 사교성·지배성·행복감·성취동기 등의 정서도 쌍둥이 간에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한다. 반면 유머감각은 유전보다는 후천적인 노력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영국의 연구진은 127쌍의 쌍둥이를 조사한 결과 "유머감각은 전적으로 양육 환경에 달린 것이며, 유전자와는 관련이 없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쌍둥이가 늘어난다?=최근에는 인터넷을 뒤지면 각종 쌍둥이 관련 모임을 볼 수 있으며, 3명 이상의 쌍둥이끼리만 모인 모임도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에는 3명 이상의 쌍둥이가 늘어나고 있다. 이를 다태(多胎) 임신이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원래 세쌍둥이가 생길 일반적인 확률은 7600분의 1 정도다. 당연히 4명 이상을 낳는 경우는 그보다 더 드물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로, 최근 부모들이 3명 이상의 쌍둥이를 낳을 확률은 자연 출생률보다 훨씬 높아지고 있다.
하나는 배란(排卵·난자의 배출)에 어려움이 있는 여성들에게 행하는 호르몬 요법 때문이다. 배란을 촉진하고 인공수정의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 여성에게 호르몬을 투여하면 한 번에 많은 수의 난자가 생산되고, 쌍둥이를 가질 확률도 높아진다.
또 하나는 증가하고 있는 체외수정이다. 체외수정은 난자와 정자를 시험관에서 수정시키고, 세포가 4~8개 정도로 분열되었을 때 이를 자궁에 이식시키는 기술. 이때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 2개 이상의 수정란을 시험관에 넣기 때문에 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이 높다. 때문에 쌍둥이를 원하지 않는 부모의 경우, 미국에서는 될 수 있으면 호르몬 요법을 피하고 시험관 아기의 경우 시험관에 투입하는 수정란을 조절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기형쌍둥이 왜 생길까=일반적으로 사람에게 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은 1% 정도. 이 중 이란성이 70%, 일란성은 30% 정도다. 참고로 샴쌍둥이는 모두 일란성으로 신생아 8만여명당 한명꼴. 따라서 우리가 보통 만나는 쌍둥이는 이란성일 가능성이 높다.
잘 알려진 대로, 이란성 쌍둥이는 2개의 난자와 서로 다른 정자 2개가 만나 만들어진다. 형제나 자매가 함께 태어나는 것과 같다.
반면 일란성 쌍둥이는 한 개의 수정란(정자 1개+난자 1개)이 수정 후 14일 이전에 분리돼 2개의 개체로 발전한 것이다. 복제인간과 같은 원리.
만들어진 수정란은 수정 후 3~4일이 지나면 12~16개의 세포를 형성한다. 이후 세포분열을 거듭하며 외세포군과 내세포군으로 나뉘는데, 이때 내세포군에 있는 세포들이 우리 몸의 어느 장기로 발전할지 기본적인 방향이 결정된다.
아직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지만, 이때 일부 수정란의 경우 환경·유전적인 이유로 이상이 생긴다. 일란성 쌍둥이인 두 수정란의 내세포군이 정확히 분리되지 않고 일부가 붙어버리는 샴쌍둥이가 대표적이다.
샴쌍둥이의 경우 수정 후 불과 10일도 되지 않아 기형이 결정된다. 세포가 분리되는 시기와 종류에 따라 엉덩이·배·머리 등 다양한 부위가 붙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아기는 공동의 태반과 양막을 가지고, 중요 장기를 같이 쓸 수밖에 없다. 수정된 세포가 어떻게 분리되는지는 명확하지도 않고 임산부가 조절할 수도 없다. 천형(天刑)이라 할 만하다.
선천성 기형의 원인은 정확하지 않지만, 점차 과학자들의 연구로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특히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호르몬, 각종 화학약제, 방사선, 술, 담배 등이 주된 '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루벨라, HCMV, HSV 등의 각종 바이러스 감염이 기형 쌍둥이를 낳는다는 연구도 발표되고 있다.
■ 김선영 교수
▲ 서울대 자연대 생명과학 부교수. 분자유전학 전공.
▲ 96년 국내 첫 대학내 바이오벤처기업 설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