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실시하는 강도 높은 세무조사의 일종인 ‘조세범칙조사’에 국세청 직원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검찰수사관이 참여하고, 조사 진행 과정은 국세청과 검찰에 동시 보고된다.

조세범칙조사란 탈세한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실시되는 세무조사로, 세금추징에 그치는 일반조사·특별조사보다 강도가 훨씬 높은 조사다.

이는 최근 세무조사를 둘러싼 각종 비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그동안 국세청의 고유영역이었던 세무조사에 검찰이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 기업 세무조사에 대한 국세청의 권한이 크게 견제받게 됐다는 분석들이다. 특히 기업들은 아직 조세범칙조사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자의적인 과잉조사를 우려하고 있다.

국세청은 30일 발표한 ‘국세청·검찰청 공조협의체 운영’을 통해 “국세청 조사국장과 대검 중수부장을 공동단장으로 둔 ‘중앙협의회’를 설치하고, 내달부터 중요 탈세정보에 대한 합동분석 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또 국세청의 조세범칙조사 전문요원과 대검찰청 수사요원으로 편성된 ‘탈세정보 분석반’이 대검 안에 설치돼, 중요한 탈세 제보 등의 정보를 교환한다.

국세청 박찬욱(朴贊旭) 조사1과장은 “중요한 조세범칙조사의 경우에는 검찰 수사관의 지원을 받아 회계장부 등을 압수·수색하는 절차도 밟게 된다”고 말했다. 또 조세범칙조사를 전담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과 서울지검 특수부가 공조하는 ‘지방협의회’ 등이 전국 13곳에 가동될 예정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최근 세무비리가 연이어 터지고 국세행정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상황에서 검찰과 함께 조세범칙조사를 실시함으로써 납세자의 신뢰를 되찾으려는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체들은 “앞으로 조사현장에 국세청 직원뿐 아니라 검찰수사관까지 나타나게 됐다”며 걱정하는 표정들이다. 대기업체의 임원 K씨는 “조세범칙조사를 받아야 할 정도로 세무관리가 엉망인 기업도 문제지만, 국세청이 조세범칙조사를 실시하는 기준 자체도 불투명해 여전히 세무조사가 자의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현재 국세청이 조세범칙조사를 실시하는 기준은 조세범처벌법에 명시된 “사기·기타 부정한 행위를 저지른 자”라는 규정 정도에 그쳐, 조세범칙조사 대상에 선정되는 것 자체가 국세청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범법자를 기소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검찰이 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초동단계부터 참여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