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는 2일 "시중 자금이 생산 부문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고 단기 부동화하는 경향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면서 "여기에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시중금리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우리 경제도 일본식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유동성 함정이란 금리가 과도하게 하락해 금융당국이 이자율을 더 내려도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고 단기 부동자금만 증가하는 현상이다. 한마디로 당국의 통화정책 효과가 전혀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연구소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2002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단기 부동자금은 총 688조원 규모로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 말 330조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중에 늘어난 자금이 생산이나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6개월 미만의 단기 금융상품으로만 몰린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외환위기 이후 대외 수지 호조로 해외로부터 막대한 유동성이 들어오는 데다 초저금리로 인한 저축 유인 감퇴로 단기 자금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이상 과열되거나 부동자금의 급격한 이동에 따른 금융 시장 교란 현상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금리를 추가로 낮출 경우 유동성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는 만큼, 금리 결정을 시장기능에 맡기고, 규제 완화와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