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지난 3월 출시한 고급차 오피러스를 두고 자동차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 '디자인'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오피러스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재규어 S타입과 거의 비슷하고,
헤드램프는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와 거의 흡사하다는 것이 논쟁의
초점이다. 또 뒷모습은 포드 링컨 타운카를 본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피러스의 디자인이 재규어 등 해외 자동차를 모방했다는 지적에 대해
차를 개발한 기아차도 상당부분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멀리서 얼핏보면 비슷하게 보이지만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헤드램프의 경사각도나 라디에이터 그릴의 크기에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피러스는 해외 유명 자동차의 디자인을 모방해 성공했다는 평가와
기계적인 모방으로 디자인이 불완전하다는 비판을 함께 받고 있다.
또 이를 계기로 자동차 전문가들은 국내 자동차 업계의 디자인 수준이 한
단계 높아져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해외 의존도 심한 국산차 디자인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최근까지 신차의 디자인을 해외 유명 디자이너에게
맡겨왔다. 수출을 많이 하는 국내 자동차 업체의 특성상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 실패하지 않는 자동차 디자인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설명이다.
국산 자동차의 디자인에 가장 많이 관여한 해외 디자이너는 이탈리아
'주지아로'가 꼽힌다.
주지아로는 최초의 국산 고유모델이었던 현대차 '포니'의 디자인을
맡았다. 현대차는 스텔라와 쏘나타 초기모델까지 자동차 디자인을
주지아로에 의뢰했다.
이후에도 주지아로는 대우차(현 GM대우)의
레간자·매그너스·라노스·마티즈·칼로스와 쌍용차 렉스턴 디자인에
관여했다. 또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인 베르토네와 피닌파리나 등이
에스페로·레조 차종의 디자인을 담당했다. 쌍용차 무쏘와 코란도
디자인은 영국 켄그린리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졌다.
◆ 21세기 차는 디자인이 경쟁력
90년대 후반부터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자체 디자인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스포츠카 티뷰론은 현대차의 미국
디자인 기술연구소에서 처음 만든 컨셉트카를 기초로 제작됐다.
미국시장에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SUV(스포츠 유틸리티 비클) 싼타페도
미국 디자인 연구소의 작품이었다. 특히 티뷰론의 경우 해외
전문가들로부터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곡선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자동차 업체간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면서 서로가 상대방 자동차
모델의 장점을 조금씩 모방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뉴EF쏘나타의 경우 벤츠 뉴C클래스의 앞모습과 거의 비슷하고,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가 출시한 최고급 승용차 마이바흐는 뉴EF쏘타나와
비슷한 분위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97년 10월 발표된 쌍용차 체어맨은 이듬해 출시될 예정이었던 벤츠
뉴S클래스와 뒷모습이 흡사해 당시 체어맨 발표회장을 찾았던 벤츠
임원들을 당황하게 했다. 이는 당시 벤츠 디자인을 담당하다 은퇴한
갈리첸도르프가 체어맨 디자인에 상당부분 관여한데 따른 결과였다. 또
디자이너(주지아로)가 같은 레간자와 도요타 렉서스는 모습이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명지전문대 산업정보디자인과 김재현 교수는 "자동차 성능이
거의 비슷해진 21세기에는 디자인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