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능이 한가지로 통합되는'컨버런스'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의'미디어센터 PC'.


일본의 시계 제조업체 시티즌은 IBM과 손을 잡고 와치패드(Watch pad)란
'시계형 PDA(개인휴대단말기)'를 최근 개발해 냈다. 리눅스를
운영체계로 채택한 이 제품은 최대 74㎒ 속도의 CPU와 8메가바이트 D램과
16메가바이트 플래시메모리를 탑재하고 있다.

손목에 차고 다니면 세계 어디에서도 현지시각을 자동으로 찾고,
지문인증도 할 수 있다. 크기와 무게(43g) 면에서 손목시계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PDA 기능을 제대로 구현한 것이다.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시대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란 다양한 기능이 한 기기 속에서 구현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
손목시계·카메라·전화기·TV·셋톱박스·PDA·노트북PC·프린터·스캐너
등 다양한
정보기기들이 융합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디지털 컨버전스 신제품들 쏟아져=일본 카시오사는 마우스에 프린터
기능을 내장한 '이상한 마우스'를 선보였다. 예를 들어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필요한 문자가 나오면 그 문자를 선택하고 오른쪽 버튼을 눌러
프린트하면 13㎜ 폭의 종이가 인쇄돼 나온다.

세계 최대 휴대전화 생산업체인 노키아는 올초 휴대전화기에 게임기와
MP3를 함께 집어넣은 '엔 게이지'(N-Gage)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제품은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인 블루투스를 채택하고 있어 같은 기기를
가진 사람끼리 무선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가전제품 쪽에서는 디지털 컨버전스형 제품이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1년 DVD와 VCR을 결합한 DVD콤보로 한해 동안
세계시장에서 130만대를 판매한 데 이어 지난해 300만대를 팔 정도로 큰
재미를 봤다.

LG전자가 전자레인지와 토스크기기를 합쳐 만들어 낸 토스트
전자레인지도 지난해 12만대를 판매한 데 이어 올해 20만대를 팔
계획이다. DVD와 VCR의 복합형으로 인테리어 감각을 강조한 콤비
홈시어터도시장에서 선전(善戰) 중이다. 삼보컴퓨터도 올해 초 PC와
가전을 결합한 '플레이@TV'를 내놓고 디지털 컨버전스시장 쟁탈전에
뛰어든 상태다.

◆컨버전스제품의 미래=최근 기업들이 이처럼 디지털 컨버전스에 사활을
걸고 각종 신제품을 내고 있는 것은 PC·휴대전화기 등 단품(單品)으로는
수익성을 창출해내기 힘들어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T
전문가들은 디지털 컨버전스 시장이 매년 확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 진정한 컨버전스 제품은 등장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시중에 나온 컨버전스 제품들이 2~3개의 기능을
합쳐 가격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컨버전스 유망 제품으로는
디지털음악기·캠코더·네비게이터·카메라·TV수신 등 다양한 기능을
한데 집약한 휴대전화기계열 제품과 집안의 다양한 정보기기를
통제하거나 연결해주는 홈네트워킹쪽 제품이 꼽히고 있다.

특히 컴퓨팅 기능을 중심으로 휴대전화 기능을 융합한 스마트폰이 PC
못지않은 범용 정보기기로 강력하게 부상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텔은 휴대전화기 속에 들어가는 CPU를 비롯해 메모리·통신모듈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한 통합형 칩을 개발하고 있고, 삼성전자 등 주요
휴대전화기 제조업체들은 PC처럼 여러 기능을 한곳에서 처리하는
스마트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정일재 부사장은 "디지털 컨버전스시장에서 승부는 결국
소비자에게 어떤 효용가치를 주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기술 발전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는 가운데 너무 많은 제품들이 섞여 있는 컨버전스
제품들이 오히려 변신의 제약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