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의 분식회계 파문 이후 충격에서 벗어나는 듯했던 채권시장이
다시 동요를 보이고 있다.

회사채는 여전히 SK쇼크 이전보다 헐값에 거래되고 있고(채권 금리
상승), 진정되는 듯했던 투신권의 환매(還買·자금 인출)도 다시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안전한 국고채만 금리가 크게 떨어져 SK글로벌
파문 이전 수준을 회복했을 뿐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2일 금융정책협의회가 카드채(신용카드사들이
발행한 채권) 문제에 대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가 채권시장 불안의 해소
여부를 판가름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카드채(債)에 발목 잡힌 채권시장 =SK글로벌 쇼크 이후 하루 4조원이
넘었던 투신사 펀드 환매 규모는 지난달 21일에는 159억원까지
급감했으나, 지난주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27일과 28일에는 각각
1조원을 넘었다.

펀드 환매가 다시 늘어나는 것은 카드채 부실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경영난에 빠진 신용카드 회사들이 스스로 발행한
채권(카드채) 만기가 닥쳐도 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펀드 수익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 투자자들이 미리
펀드에서 돈을 빼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투신사 펀드에 편입된 카드채
규모는 25조원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투신사 펀드에 편입된
SK글로벌 채권이 9000억원 수준인 데 비해 훨씬 큰 규모이다.

국민투신 백경호 사장은 "SK글로벌 쇼크가 일단락되기도 전에 카드채
부실이라는 더 큰 문제가 채권시장을 강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일구 연구원은 "MMF(머니마켓펀드)에 편입된
신용카드회사 발행 채권과 기업어음(CP)이 10조원에 이르는데 만기가
평균 2개월에 불과해 상반기에 상환시기가 집중된다"면서
"신용카드사들이 버틸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 채권시장 안정대책에 주목 =채권 전문가들은 정부가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어떤 추가 대책을 내놓을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일
신용카드사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특단의 대책이 나올 경우,
카드채에서 비롯된 채권시장의 불안도 진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신용카드사의 단기 유동성을 확충해주는 방안을 기대하고
있다. 김일구 연구원은 "MMF를 제외한 다른 펀드에 편입된 카드채의
만기를 연장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이나 증권,
보험사 등이 카드채를 갖고 있는 비율만큼 카드사 자금지원에 나서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랜드마크투신
윤창선 마케팅전략팀장은 "카드채에 투자한 금융기관 중 은행과
보험사는 카드채 만기를 연장(롤오버)하고, 투신사는 원리금의 50%를
신용카드사로부터 상환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 처방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부실채권 투자
전용펀드인 CBO펀드를 만들어 카드채를 흡수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