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홍콩 증권가에서는 투자자의 대이동이 벌어졌다. 상당수 증권가
'큰 손'(거액 투자가)들이 씨티그룹 산하의 '살로먼 스미스
바니'사로 슬그머니 계좌를 옮긴 것이다. 아제이 카푸르(Ajay
Kapur)라는 인도 출신 증권전략가(strategist)가 모건 스탠리에서
스카우트돼 가면서 투자가들을 몰고 갔기 때문이다.

카푸르는 1999년 이후 모건 스탠리(홍콩) 투자전략팀을 이끌면서 각종
투자전문지 설문조사에서 수차례 '최고의 증권전략가'로 선정됐다.
그는 일본·호주·한국 등 아시아 투자자들에게는 '족집게 분석가'로
통한다. 지난 2000년 '반도체 종목 비중을 높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한
직후 반도체 관련 주가는 40% 이상 뛰었다.

그는 2001년 1월엔 '한국관련 종목 비중을 늘리라'는 보고서를 냈고,
그해 한국 주식시장은 37.5%의 주가지수 상승을 경험했다. 그를
스카우트해 온 이후 살로먼 스미스 바니사는 '증권분야가 취약하다'는
홍콩시장 내 편견을 완전히 극복했다는 평가다.

최근 기자와 만난 카푸르는 스스로 "아마존 닷컴(인터넷 서점)의
VIP고객"이라고 말할 정도로 독서광(狂)이다. "독서야말로
사고혁신기계(innovation machine)"라고 말하는 그는 이틀에 책 한 권을
독파해 내는 다독·속독의 달인(達人)이다. 독서는 주로 역사·심리학
서적에 집중되며, 의외로 금융 관련 서적은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서적은 장세 분석에 가장 도움이 되지 않는 분야"라며
"역사·심리서적을 읽으면 지나간 사실을 현재에 적용시킬 찬스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는 유가가 가장 큰 변수입니다. 유가가 오르거나 현재처럼
높은 수준이면 주가상승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지난 20여년간 추이를
보면 고(高)유가 상태에서는 주가지수(KOSPI)가 오른 적이 없었을 정도로
한국경제에서 국제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지적이다.

카푸르는 "지난해 부동산 거품이 아니었는데 이를 거품으로 착각해
긴축정책을 편 한국은행과 정책당국의 잘못도 최근의 부진한 주가와
연관이 있다"면서 "지금은 금리인하 조치가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라크 전쟁과 북핵 문제로 긴장상태가 장기화되는 점도 한국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푸르는 그러나 여전히 한국 시장에 호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시장은 지금 바닥을 치고 있는 중"이라며, "주식값이 너무 싼
데다 외환보유고와 재정상태 등 기초체력(fundamental)이 양호하다"고
말했다.

1964년 인도 델리 태생인 카푸르 본부장은 델리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인도경영대학원(IIM)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후 미국 프린스턴대학에서
공공행정석사학위(MPA)를 마쳤고, 미 WEFA(와튼계량경제연구소)그룹에서
이코노미스트(경제전망·분석)로 활동했다. 3월 중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그는 "앞으로 2개월이 한국 증시에는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李光會특파원 santaf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