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인터넷 대란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과 소비자들은 프로그램 생산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 KT·하나로통신 등 인터넷 통신망 업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손해배상을 요구할 움직임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측과 MS 및 인터넷 서비스업체들 사이에 피해보상 합의가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소송 등 법정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닷컴·인터파크 등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은 매출 감소로 인한 피해만 100억여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일단 피해액을 정밀 집계해 관련업체들에 피해보상을 요구해보고 거부할 경우 법적 수단을 강구할 방침이다.
롯데닷컴의 안성현 팀장은 27일 "이번 사태로 약 2억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MS 등 관련업체가 피해보상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PL소송 등 법적대응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파크 이현정 과장은 "설 특수를 앞둔 상황이어서 피해가 더 컸다"고 말했다.
접속 장애 등으로 매출이 5~6%씩 감소한 온라인 게임업계도 회원들의 접속이 차단돼 입은 피해를 법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은 유료아이템 결제 서비스가 주말내내 불가능해지는 등 인터넷 장애로 모두 4억여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넥슨 관계자는 "매출이 6% 정도 감소했다"며 "업계의 추이에 따라 법적 피해 배상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국의 2만4000여개 PC방 대표 모임인 한국 인터넷PC 문화협회도 27일 대책회의를 갖고, "KT 등 인터넷 통신회사를 대상으로 약 200억원으로 추산되는 피해액수 만큼 통신비 감면을 요구하고,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PC방 체인점 운영업체인 '사이버리아' 관계자도 "이번 인터넷 마비사태로 전국 700개 매장에서 약 8억5000만원 정도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책임소재가 가려지는 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프로그램을 제작·판매한 MS의 경우 제조물책임(PL)법상 책임을 져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피해업체들과의 다툼이 법정공방으로 비화될 경우 대규모 PL소송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PL 분야의 전문가인 ATG 벤처법률지원센터 배재광 대표는 "이번 인터넷 마비사태로 피해를 입은 홈쇼핑 업체들과 소비자들은 불완전한 프로그램 'SQL'을 생산·판매한 MS사(社)를 대상으로 PL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비록 MS사가 사전에 바이러스 침투를 막는 프로그램을 배포하긴 했으나 실제 바이러스 침투가 이루어질 경우 인터넷망 전체를 마비시킬 정도로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KT·하나로통신·두루넷 등 인터넷 통신망 업체들도 관리소홀에 따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대해 한국MS 권찬 부장은 "아직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아 단정할 수 없으나 MS는 이미 보안 프로그램을 배포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KT는 "KT 인터넷망은 사태발생 1시간만에 복구된 만큼 책임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인터넷 마비 사태로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수백억원대 이상의 큰 피해를 보았지만, 이로 인해 보험사들이 지급할 보험금 규모는 최대 10억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