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과 북핵(北核) 위기감, 환율 급락 등으로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된 가운데, 현물 주식시장보다 지수선물 시장 거래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현물 주식시장보다 지수선물 시장의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지수선물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현물 주식시장의 주가 흐름이
영향을 받는 일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 지수선물 시장의 상대적 활황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주까지 거래소시장에서는 총 23조원이 거래된 반면,
지수선물시장에서는 무려 130조원이 거래됐다. 이 기간 선물거래대금은
현물주식거래대금의 5.6배에 달해, 작년 평균인 2.7배보다 배 이상
늘어났다. 삼성증권 전균 연구원은 "작년 연말 북핵 파문 이후
주식시장이 1~2분기에 부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득세하자,
투자자들이 약세장에서도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지수선물 시장으로 옮겨간
것 같다"고 말했다. 주가가 올라야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현물
주식시장과 달리, 지수선물시장에서는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주가의
방향만 잘 예측하면 돈을 벌 수 있다.

현물시장의 상대적 부진은 투자예비자금인 증권사 고객예탁금의 감소
현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6일 현재 고객예탁금은 7조7133억원을
기록, 연초에 비해 4000억원 넘게 줄어들었다. 고객예탁금은 특히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지난 10일 이후 급감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 이후 고객예탁금 감소분 4000억원 중 3000억원이 이 기간에
줄어들었다.

반면 지수선물 거래를 위한 선물예수금은 16일 현재 2조4024억원으로
10일(2조3658억원)보다 소폭 늘었다. LG투자증권 서정광 연구원은
"북한이 NPT 탈퇴 이후 현·선물 시장 간 거래불균형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 선물이 현물시장 교란 =선물 거래의 상대적 강세는 프로그램 매매라는
징검다리를 통해 현물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새해 들어 외국인들의
꾸준한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상승탄력을 받지 못한 채 부진을
보이는 것도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매(차익거래)는 주가지수 선물가격과
현물(KOSPI200지수) 간 가격차이를 이용해 차익을 챙기는 매매기법이다.
예컨대 선물이 값싼 현물보다 높으면 비싼 선물을 팔고 상대적으로
현물을 사서, 그 차익을 챙길 수 있다. 반대로 선물가격이 현물보다
낮으면 현물을 팔고 선물을 매수, 차익을 얻는다. 1월 옵션만기일이었던
지난 9일이 대표적인 예다. 9일 종합주가지수는 3122억원의 대규모
프로그램 순매도액이 쏟아진 충격으로 전날보다 21포인트 급락했었다.
LG투자증권 서정광 연구원은 "투기적 성격이 짙은 선물거래 증가는 자금
이탈로 가뜩이나 매수주체 부재 상태에 시달리고 있는 현물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확대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