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年初)부터 환율이 급락하면서 수출주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에 적색
경보등이 켜졌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지난주 말(10일)보다 0.4 원
떨어진 1178.3원으로 마감, 작년 7월 이후 6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평균 환율인 1250원에 비해서는 6%, 1300원을 넘었던 작년
연초에 비해서는 11% 가량 하락한 것이다.

환율은 작년 12월 26일 1200원선이 무너진 데 이어, 11거래일 만에 20원
넘게 하락하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작년 연중
최저치였던 1165원선 붕괴도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미국 경기회복 부진과 경상수지
악화, 이라크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원·달러
평균환율은 1150원선이 될 것"이라며 "상반기 중에는 11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국내 증시에는 큰 부담 =환율 급락은 서울 증시에 대형 악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이후 국내
기업들은 내수(內需)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에 의존해 어느 정도
실적을 유지해왔다"며 "달러 약세는 기업들의 실적과 함께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비중이 높거나 외화 순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환율 급락의
직격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화 강세로 해외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
가치가 떨어져 매출액 감소와 외화 환산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적인 달러 약세 현상에도 불구하고, 원·달러환율 하락 속도가
엔·달러환율 하락 속도보다 빨라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100엔당 1000원을 넘던 원·엔환율은 최근 1000원 밑으로
떨어졌다.

국제금융연수원 김상경 원장은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높인
한국과 그렇지 못한 일본의 경제 펀더멘털이 환율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원·엔환율이 다시 1000원대 위로 올라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 항공, 석유화학 업종은 수혜 기대 =반면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거나
외화 부채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환율 급락의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다.
환율 하락으로 재료비 절감과 외화 환산 손실 감소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투증권에 따르면, 98년 이후 두 차례의 환율 하락 국면에서 외화
순부채 비중이 높은 기업은 상대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보였다. 작년
4~7월 환율 하락 국면에서 외화순부채 비중이 높은 상위 10개 기업의
주가는 종합주가지수 대비 7.6%포인트의 초과 수익을 기록했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전략팀장은 "환율 수혜주 중에서
SK·대한항공·제일제당 등 항공이나 석유화학 업종의 대표주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