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들은 대부분 은퇴 후 게임 관련 분야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직업으로서 수명이 짧은 프로게이머의 특성상 이들은 선수 경험을 살려
게임을 개발하거나 게임회사 운영을 원하기 때문이다.

프로게이머 이중헌(20), 천성민(19)씨는 자신이 주종목으로 이용하는
게임의 후속작을 개발하는 데 참여, 단순한 프로게이머의 영역을
넘어섰다. 작년 말 출시된 전략시뮬레이션 PC게임 '쥬라기
원시전2:더랭커'(이하 더랭커)는 이들의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이중헌씨는 작년 3월부터 8월까지 더랭커의 개발사인 위자드소프트에서
게임 밸런스(balance) 부문을 담당했다. 밸런스란 게임이 특정 종족에
유리하지 않도록 게임 안에 등장하는 여러 종족 간 힘의 균형을 조절하는
일. 물론 게임이 출시되기 전 미리 게임을 해 오류를 잡아내는 베타
테스터도 그의 몫이었다. 이씨는 "막상 개발에 참여해보니 머릿속에 그린
장면이나 전술이 게임으로 표현됐을 때 그대로 적용되지 않았다"며
"게임을 만드는 작업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워크래프트3'로 종목을 바꿔 프로게이머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는 "내가 개발한 게임의 선수로 활동할 수 없어 주종목을
바꿨다"고 했다.

이씨와 함께 게임 밸런스를 담당했던 천성민씨는 현재도
위자드소프트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게임 출시 후 더랭커의 공식
웹사이트와 서버 관리자로 활동하고 있다. 본업인 프로게이머는 잠시
제쳐두고 부업에 충실한 셈. 하지만 천씨는 "어릴 적부터의 꿈인
게임회사 사장이 되기 위해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천씨는 작년 3월 위자드소프트에서 개발에 참여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대학도 중퇴했다. 그는 "내년에는 회사 일을 하며 야간대학에 입학해
경영학을 배워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의 참여로 더랭커는 전작에 비해 훨씬 더 현실감 있는 재미를 준다는
평을 듣고 있다. 실제 이 게임에는 롤플레잉 온라인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아바타'(사이버상의 분신)가 등장하는데, 천성민씨의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