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 업체인 현대모비스 박정인(朴正仁·61) 회장은 올해로 환갑을
맞는 양띠 경영인이다. 그는 그러나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며 "나는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IT(정보기술)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는
노력파"라고 말한다.

스스로 'N(Network)세대 CEO'를 자부하는 박 회장은 하루의 대부분을
컴퓨터 앞에서 서서 일한다. "빌 게이츠가 말하는 '스피드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루 일과를 보면 그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7일 오전 8시 서울
계동 현대사옥 6층 집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스탠딩 테이블 앞에 서서
컴퓨터를 켰다. 화면 가득히 떠오른 직원들의 이메일과 보고서를 일일이
점검한 뒤 화상전화를 시작한다. 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중동 등 각
지역 공장 건설 상황을 파악했다. 작년 말 종무식 때 한 자신의
신년메시지가 인터넷을 통해 지방과 해외 지사에 제대로 전파됐는지도
점검했다.

박 회장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 모든 보고를 인터넷으로 받는다.
회의도 화상회의가 원칙이다. 그래서 임직원들이 출장 계획서나 보고서를
들고 회장 방 앞에서 줄을 서는 일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박 회장은 사내 커뮤니케이션도 디지털 팩스시스템으로 바꿔놓았다.
전통적인 종이 팩스와 달리 이메일처럼 컴퓨터에 직접 수신되는 팩스
시스템이어서 수신된 내용을 회사 밖에서도 휴대전화를 통해 음성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 덕분에 업무 처리 시간이 과거보다 절반으로 줄었다.
"인터넷 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세상이 됐다"고 말할 정도로
'IT경영'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박 회장은 지난해 10월 한국능률협회가
주는 최우수 인터넷 경영자(e-CEO)에 선정되기도 했다.

박 회장은 2003년을 "글로벌 톱 10으로 가는 기반 구축의 해"로 삼을
생각이다. 현재 세계 20위권인 현대모비스가 2010년까지 세계
10위권(매출액 기준)에 진입할 수 있도록 토대를 닦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의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해 필리핀·인도·터키·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기술인력
10여명을 일반직으로 채용했고 올해는 더 많은 외국인을 고용할
계획입니다. 또 경기도 용인의 카트로닉스 연구소의 연구원도 600명에서
800여명으로 늘리고, 연구원들의 박사학위 취득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중앙대 경영학과 출신인 박 회장은 현대자동차 정몽구(鄭夢九) 회장이
지난 1977년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을 만들 때 초대 경리부장을
맡아 인연을 맺었다. 그 뒤 25년간 줄곧 이 회사를 지켜왔다. 환갑의
나이에도 젊은이들에게 뒤떨어지지 않는 체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주말을
이용한 스키 타기. 박 회장은 올해 경기전망에 대해 "해외 수출여건이
불투명하고 북핵 문제까지 걸려 있어 5% 이상 성장은 어려울 수 있다"며
"그러나 글로벌경영·기술경영·품질경영이란 전략으로 뚫고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