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온라인에서는 어떤 문화 현상이 벌어졌을까? 월드컵과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할 말이 많아진'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통해 막강한 파워를
과시했다.
올 초 인터넷에서는 복고풍이 대유행이었다. '캐빈은 12살' 'V' 같은
추억의 TV 프로그램이 인터넷으로 재방영됐다. 쫀디기닷컴(zondigi.com)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아폴로' '맛기차' 같은 옛날 과자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2월 말이 되자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과장된 몸짓으로 김동성
선수를 실격(失格)시키고 금메달을 차지한 미국의 오노 선수가 네티즌의
'밥'이 됐다. 네티즌들은 오노의 개인 홈페이지를 마비시키고, 오노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비난하는 글로 인터넷 게시판을 '도배'했다.
봄에는 날이 갈수록 지능화되는 광고성 이메일(스팸메일) 발송업자와
귀찮은 이메일 공세에서 벗어나려는 네티즌 간의 신경전이 극에 달했다.
네티즌들이 '광고'란 제목이 붙은 이메일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기능을
사용하자 광고업자들은 '과앙고' '광^^고' 등의 문구로 이를
피해갔다. 심지어는 '왜 동창회 안 나오냐' '주문하신
상품내역입니다' '오빠, 뭐해?' 같이 엉뚱한 이메일 제목을 쓰는
속임수도 등장했다.
이 때문에 무료로 이메일을 제공하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대량 이메일에
한해 돈을 받는 '온라인 우표제'를 시행했다. 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재정경제부까지 나서 단속 대책을 발표하는 등
스팸메일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6월에 열린 월드컵은 모든 네티즌을 '붉은 악마'로 만들어버린
사건이었다. 네티즌들은 '인터넷 아바타'에 국가대표 축구팀 유니폼을
입히고, '안정환 반지' '황선홍 붕대' 등을 이용해 응원전을 폈다.
히딩크 감독을 주인공으로 한 유머 시리즈도 네티즌을 즐겁게 했다.
월드컵이 끝난 후 네티즌들은 공허한 마음을 허무 개그로 달랬다.
디지털카메라 사이트 '디시인사이드'(dcinside.com)에서 처음 선보인
'아??'이란 말은 올 최대의 유행어로 떠올랐다. 국어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이 단어는 기쁠 때도 쓰고 황당할 때도 쓰는 네티즌만의 용어다.
대통령선거가 가까워지면서 네티즌들의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놀림이
빨라졌다. 이번 대선은 '인터넷 선거'라고 불릴 만큼 사이버 공간의
힘이 막강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지지모임인 '노사모' 회원들이
처음 얼굴을 대면한 곳도 대전의 한 PC방이었다. 네티즌들은
다음·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나 언론사 사이트 게시판에서 지지 후보에
대한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남들보다 1초라도 먼저 답글을
올리려는 '리플족'도 등장했다.
올해 이러한 인터넷 문화가 급속도로 파고든 데는 메신저의 보급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네티즌들은 'MSN메신저'를 통해 각종 정보와 유머를
빠른 속도로 접했으며 단체 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이후 추모의 의미에서 MSN메신저 사용자들의 아이디
앞에 리본(▷◁)이나 삼베(▦)를 단 것이 대표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구환 이사는 "이제 온라인을 무대로 한 네티즌들의 문화적 파급력은
오프라인을 앞설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