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연기군 한국콜마 색조화장품 공장에서 종업원들이 파우더를 포장하고 있다.


29일 충청남도 연기군 전의면의 한국콜마 제약 공장에서는 유한양행의
'안티푸라민' 연고가 쉴새없이 쏟아져 나왔다. 같은 시각 이웃
전동면의 한국콜마 색조화장품 공장에서는 라끄베르·엔시아·엔프라니
등 국내 유명 화장품회사의 파우더와 아이섀도를 담은 납품용 상자
수백개가 출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매출 600억원 규모의 중견 화장품업체 한국콜마의 별명은 '얼굴 없는
기업'이다. 올 초 코스닥시장에서 거래소로 이전할 만큼 탄탄한 실적을
자랑하지만 국내 소비자 중 한국콜마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기
브랜드를 감춘 채 다른 화장품회사에 자사 제품을 납품하는
아웃소싱(Outsourcing·외주) 전문회사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외
150여개사에 연간 1억개의 주문상품을 생산·납품한다.

그러나 한국콜마는 단순 주문 생산업체가 아니다.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 방식뿐 아니라 자체적인 연구 개발을 하는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자체개발 주문생산)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
생산 비중으로 보면 OEM(10%)이라기보다 ODM(90%) 업체다.

ODM 생산은 외국에서는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핵심제품의
아웃소싱에 대해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ODM 방식을 도입할
경우, K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적합 승인을 받은
업체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성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즉, 외국 화장품 회사들은 제품 개발·생산을 아웃소싱하는 대신
마케팅을 집중해 세계적 브랜드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화장품 회사들은 직접 제품생산·개발을 고집하다가 사세가 기운 사례가
적지 않다. '빨간통 파우더' 등 히트상품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무리하게 화장품 생산공장을 인수하다 최근 부도가 난 도도화장품이 그런
경우다.

한국콜마가 '보수적인' 국내 화장품·제약 회사들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독자적인 연구·개발 실적 덕분이었다. 이 회사는 최근
수년간 매출의 6% 안팎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하고 있다. 다른 기업의 두
배 수준이다. 그 결과 비타민 립스틱, 매직 파우더(가루가 액체로 변해
촉촉해지는 파우더) 등 특허제품과 한불화장품 '두앤비 롱래쉬
마스카라', 애경 '포인트', 제일제당 '식물나라' 같은 히트상품을
다수 선보였다.

한국콜마는 '고객관리 3대 원칙'을 표방한다. '처방 비공개'
'1사1처방' '거래처 비밀보호'. 이 원칙을 철저히 지킨 결과,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국콜마 황영일
상무는 "200여명의 공장 종업원들이 모두 한국콜마 주식을 가진
주주들"이라며 "사원들의 남다른 애사심도 고객 관리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