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후보의 대선 중도 탈락 이후 재계 15위(자산 10조원)인 현대중공업 그룹의 장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9월 오너인 정몽준 의원의 출마 선언 이후 현대중공업은 주가가 급락하고 현대전자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25일 주식시장에서는 정 의원의 중도 탈락 사실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계열사 주가가 급등했고, 현대·기아차 및 현대상선 등 형제 재벌들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정몽준씨가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을 계획인 만큼 "현대가 또다시 정치 외풍에 휘말리는 것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엇갈리는 현대중공업의 반응 = 지금까지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은 겉으로는 "대선과 경영과는 별개의 문제이고, 우리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정몽준 후보에 불리한 언론 보도에 대해 회사의 임직원이 동원되어 이를 무마하는 등 실제로는 정 의원의 대선 캠페인을 뒤에서 도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현대의 가신(家臣) 출신 일부 경영진은 '현대 출신 오너의 대권 꿈'이 다시 무산된 것에 대해 아쉬워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정 의원의 중도 탈락이 기업에는 결과적으로 잘 된 일이라는 반응이었다. 현대중공업은 대외적으로는 정 의원의 대선 출마 이후 금융권으로부터 별다른 압박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지난 9월 18일 1825억원어치의 변동금리부채권(FRN)을 발행했고, 이달에는 선박매출채권을 담보로 2901억원을 조달하는 등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자금난에 대비하기도 했다.
재계는 정몽준 의원이 대선 이후 다시 경영자로 복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9월 1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현대중공업 주식 전량을 신탁법에 따라 금융기관에 신탁하고 출마 및 공직 임기 동안 의결권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주식을 신탁하지 않았다.
◆ 중도 포기에 주가는 일단 급반등 = 주식시장은 '정 후보의 중도 포기'를 일제히 반겼다. 이날 서울 주식시장에서 현대·현대차·현대중공업 그룹 소속의 22개 종목은 현대건설 우선주와 현대정보기술 단 두 개를 빼놓고 모두 주가가 급상승했다.
일단 정 의원이 오너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전날보다 주가가 각각 9.0%와 7.2% 상승했다. 또 현대자동차는 6.4% 올랐고, 현대상선은 10.6% 상승하는 등 정몽구 회장과 정몽헌 회장 계열사 주가도 반등했다. LG투자증권 송재학 애널리스트는 "오너들이 현대 계열사들을 선거운동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줄었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하며 주가가 급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금융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MJ(정몽준)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한 은행 임원은 "정 의원이 노무현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아 정치에 깊숙이 개입할수록 현대중공업의 리스크는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증권 이종승 애널리스트도 "현대중공업의 경우 조선(造船) 업황이 좋지 않은 데다 환율 변동 위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며 "만의 하나 정치 외풍까지 타게 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