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미국의 게임개발사 EA퍼시픽은 한 명의 한국 프로게이머를
초청했다. 이번 초청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개발 과정에 한국
게이머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에 따라 이뤄졌다. 같은 장르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한국 게이머들의
성향을 분석하는 건 외국 게임개발사가 거쳐야 할 필수 과정이 된 것.

그런데 이날 EA퍼시픽을 방문한 '코리안 게이머'는 의외로 푸른 눈을
가진 외국인이었다. 그의 이름은 기욤 패트리(21·AMD). 캐나다 퀘벡
출신으로 3년째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로게이머다.

프로게이머 데뷔 3년이면 원로급이지만, 그는 한결같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게임리그에 꾸준히 참가하는 것은 물론 컴퓨터 칩으로
유명한 AMD사의 전속 모델로 활동 중이다. 그러면서도 댄스 학원이나
레이싱 동호회를 찾아다니며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기욤은 스타크래프트 초창기부터 '배틀넷의 고수'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기욤의 게임 아이디는 맹수가 으르렁거리는 소리인
'그르르르(Grrrr...)'였고, 매우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런 그가 3년 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사람들은 기욤의 모델 뺨치는
외모에 놀랐고, 당시 프로게이머의 대명사였던 '쌈장' 이기석을 꺾는
탁월한 실력에 또 놀랐다.

기욤은 이기든 지든 화젯거리를 몰고 다녔다. 그가 한국에서 본격적
활동을 시작하자 외국인이 대회를 싹쓸이하는 것에 대해 국내 게이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또 그가 질 때면 인터넷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수많은 외국 게이머들이 자기 일인 양 분노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다. 3년 전 여드름 자국도
가시지 않은 채 한국 땅을 밟았던 이 캐나다 소년은 이제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고, 갈비라면 사족을 못 쓴다.

기욤은 이달 말 연습에 집중하기 위해 동료 게이머인 조정현, 베르트랑과
합숙에 들어간다. 다른 사람과 같이 사는 건 데뷔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는 그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길 바란다.

(이선정/게임칼럼니스트 annesk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