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임대차 계약서에 '확정일자인(印)'을 받겠다고 세무서에 신청한 임차(賃借)상인 수가 대상자의 5%를 밑돌 정도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23일 "지난 14일부터 관할 세무서에서 임차인을 대상으로 우선 변제권 확보 등을 위해 필요한 확정일자 신청을 받았으나, 22일까지 신청자가 10만3000여명뿐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신청 대상 임차인 235만명의 4.4%에 불과한 수준이다.
국세청 허병익(許炳翊) 납세자보호과장은 "확정일자인에 대한 전화문의는 빗발치고 있으나, 정작 신청자가 적은 것은 임차 상인들이 건물주 눈치를 보거나 주변 임차인의 반응을 살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임차상인이 확정일자인을 받아두면, 경매·공매로 상가건물의 주인이 바뀌더라도 은행 등 후순위(後順位) 권리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확정일자인은 다음달 이후에도 신청해서 받을 수 있으나, 먼저 받은 쪽의 효력이 우선하는 만큼 이달 중 미리 받아두는 것이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상당수 건물주들이 임대차 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려고 미리 임대보증금을 대폭 올리는 바람에 신청대상 상인들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상가 114' 윤병한 대표는 "서울지역의 경우, 환산보증금(보증금과 월임대료를 합한 금액)이 2억4000만원 이하인 상인만 법의 보호를 받는다"며 "건물주들이 법 적용을 받지 않기 위해 임대료를 무더기로 인상해 실제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상인들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건물주 눈치를 봐야 하는 임차상인 입장에서는 앞장 서서 확정일자 신청을 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상가임대차 운동본부 임동현 부장은 "건물주의 상당수가 세무서에 임대료를 낮춰 신고해놓고 있어, 탈세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일부 건물주들은 상인들이 확정일자를 받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