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은 산업은행이 2000년 6월 7일 당좌대월로 제공한 4000억원의
상환 부담에 시달리다 급속히 부실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상선은 그해 9월 말까지 은폐해온 당좌대월 4000억원을 연말
회계장부에 반영한 결과, '악성(惡性) 부채'로 꼽히는 단기차입금이
대폭 늘어나 채무를 상환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상선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한 임원은 9일 "현대상선의
유동성(자금흐름) 위기가 불거진 것은 당좌대월을 회계장부에 반영한
2000년 말에 들어서였다"며 "단기차입금 부담에 장기 회사채 상환
부담까지 겹치면서 자금난이 심화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 차례 경제장관회의를 갖고 부실화한 현대상선을
구제하기 위해 2001년부터 실시된 회사채신속인수제에 현대상선을
끼워넣어 6300억원의 금융 지원을 단행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극심한
자금난으로 1조원 규모의 금융권 부채를 만기 연장받았다.

현대상선 재무제표에 따르면 산은 당좌대월을 포함한 현대상선의
단기차입금은 2000년 말 1조5553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무려
9250억원이나 늘어났다. 현대상선은 산업은행 당좌대월 4000억원 중 10월
말까지 1700억원을 상환했으나 자금난으로 2300억원을 갚지 못했다. 또
2000년 5월에 빌린 당좌대월 1000억원 중 900억원도 단기대출금으로
전환돼 현대상선의 자금 사정을 악화시켰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당좌대월 상환부담이 본격화한 2000년 7월 들어
현대전자(현 하이닉스) 보유주식 300만주를 매각, 6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는 등 비상사태에 돌입했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그러나 2000년 중 대출금 상환자금과 현대건설 지원자금
마련을 위해 유가증권을 팔아치우면서 대규모 손실을 봤고, 그해
310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