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도박·무기(武器) 관련 기업의 주식에만 투자하는 '악(惡)의
펀드'가 등장했다.

지난달 3일 미국에서 등장한 '바이스 펀드(vice fund)'가 바로
그것이다. '무슬림(회교) 펀드' '카(car) 펀드' 같은 별난 펀드도
있지만, '악덕(惡德) 종목'에만 투자하는 펀드는 미국 내 8000여개
펀드 중 처음이다.

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댈러스 소재 투자신탁회사 '뮤추얼 닷컴'은
바이스 펀드를 만든 배경에 대해 "이들 종목은 경기(景氣)와 상관없이
항상 수익을 낸다"고 설명한다. 이 펀드에는 필립모리스·RJ 레이놀즈
같은 담배회사, 위스키 잭 다니엘로 유명한 브라운 포맨과 맥주회사
안호이저 부쉬, MGM그랜드 카지노, 미국 최대의 방위산업체 록히드 마틴
주식이 편입된다. 펀드매니저 댄 아렌(36)은 "유사 이래 인류는 늘
술·담배·도박과 함께했다"며 "지난 5년간 S&P500의 누적 수익률이
11.8%였던 반면 이들 종목의 수익률은 58%였다"고 주장했다.

바이스 펀드의 출현으로 펀드 간 선악(善惡) 대결이 불가피하게 됐다.
바이스 펀드의 상대는 '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or·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투자자)' 혹은 '미덕 펀드(virtue fund)'로 불리는
150여개의 펀드들. 술·담배·도박업체, 환경과 동물 보호에 소홀한
기업에는 일절 투자하지 않는 이들 펀드는 증시 상승기에 큰 수익을
올려왔다. 하지만 올 들어 8월 말까지 18.4%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RI의 하나인 '도미니 소셜 펀드'의 운용자 에미미 도미니는 "바이스
펀드는 엔론과 월드컴 스캔들로 인해 '투자는 결국 속임수 게임'이라고
믿게 된 사람들의 절망을 악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댄 아렌은 이에
대해 "투자란 대의(大義)를 위한 운동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수익사업"이라며 "우리는 이미 100만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했다"고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