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금융빚 실태가 심각하다는 것은 한국은행도 그동안 줄곧 경고해
온 문제다. 그러나 그 해법에서 한은은 금융감독위원회 내부 보고서나
정부 쪽과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금리인상 말고는 가계부채
확산세를 차단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은의 고위 관계자는 "가계빚 급증의 원인이 저(低)금리 때문인 만큼
오직 금리인상만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나
금감위가 제시하는 다른 수단(예컨대 부동산 담보비율 축소나
총액대출한도 산정 때의 고려 등)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한은은
지적한다. 규제로 한쪽의 가계대출을 억제하더라도 다른 쪽으로 터질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부동산 담보비율을 높인다면 은행들은 부동산대출 대신 신용대출
같은 다른 항목으로 이름만 바꿔 '가계대출 세일'을 계속할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한은의 한 간부는 이것을 '두더지 잡기'에
비유했다. 한쪽을 두드리면 다른 쪽이 삐져 나온다는 얘기다.

정부·금감위의 '연착륙(소프트 랜딩)' 논리에 대해서도 한은은
비판적이다. 가계부채 문제를 부작용 없이 '연착륙'시키려면
가계소득이 부채보다 더 빨리 증가해 늘어난 소득으로 빚을 갚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계대출 증가율이 50%(전년 같은 시점 대비)대에
이르는 지금 상황은 그렇게 한가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금은 '연착륙'보다 '불끄기' 논리로 접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화재(火災)의 불씨를 직접 공략하는 정공법을 통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조기 차단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수
있다고 한은은 주장하고 있다.

또 금감위 보고서가 "금리인상은 가계 연쇄 파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한은은 "금리인상을 늦추는 것이야 말로 문제 해결을
지연시켜 더욱 대규모의 가계 파산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통화정책은 미리 몇 개월을 앞서 실시되는 '선제적 구사'라야 효과를
낼 수 있다. 일본이 1990년대 초 버블 붕괴를 겪은 것도 통화긴축의
타이밍을 놓치고 뒤늦게 금리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미
금리인상 시기를 실기(失機)했는지 모른다고 한은은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