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0조원 규모의 세계시장을 겨냥한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新藥) 개발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잘만 하면 대박이 터지는 신약의
'시장성' 때문에 그동안 해외 제약사의 독무대였던 신약 시장에 국내
제약사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내고 있다.
특히 국내 제약업계는 의·약분업 실시 이후 '오리지널 약품'을 앞세워
국내시장에서 매출을 급격히 늘리고 있는 해외 제약사와 맞서기 위해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 글로벌 시장을 노려라 =SK·LG 등 대기업은 신약을 그룹의 미래를
이끌 핵심 사업으로 설정,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을 꾀하고 있다.
SK㈜는 2030년 이후엔 신약 등 생명과학을 중심 산업으로 만든다는 그룹
방침에 따라 지난달 생명과학연구팀·의약개발팀 등 사내 5개로 나누어져
있던 조직을 통합, 신약 연구에 집중시켰다. 다양한 의약 성분과 기술
확보를 위해 연말까지 중국에 신약 연구소도 세우기로 했다. 현재
임상(臨床) 실험 중인 '간질 치료제'와 '우울증 치료제'도 결과가
나오는 대로 FDA 승인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공식 출범한 LG생명과학은 올해 연구비를 예상 매출(1700억원)의
35%인 600억원으로 책정하는 등 공세를 높이고 있다. LG생명과학 양흥준
사장은 "300여명의 석·박사 인력이 간염 치료제 등 비교적 성과가 빠른
6~7개 프로젝트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 역시 임상 실험이 끝난
항생제에 대해 조만간 FDA에 신약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일부 전문 제약사도 세계 시장용 신약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녹십자는 2006년쯤 '골다공증 치료제'로 해외에 진출한다는 목표 아래,
올해 300억원의 연구비를 쏟아붓고 있다. 유한양행 역시 작년보다 20%
늘어난 18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 안방부터 지킨다 =제약사 중에는 미국 식품의약청(FDA) 승인 전에
국내서 먼저 신약 승인을 획득, 출시하는 곳도 있다. 내수 시장서 제품
가치를 인정 받은 뒤 세계 시장으로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동아제약은 최근 신약 승인이 난 위염 치료제를 오는 12월 국내에
출시하고, 조만간 해외 개척에도 나설 방침이다. 중외제약도 작년 말
승인받은 항균제(抗菌劑)로 2005년쯤 세계시장 진출을 노린다는 계획.
김학엽 중앙연구소장은 "신약 개발과 함께 원천 기술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종근당도 국내 승인을 1차 목표로 항암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김재순 연구원은 "지난 90년대도 신약
개발 바람이 불다가 주춤한 적이 있다"며 "최대 조 단위까지 쏟아붓는
다국적 제약사와의 승부를 위해선 중단 없는 투자와 업체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