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강성원우유 ’를 만든 성원유업 강성원 회장이 경기도 안성에 있는 성원목장에서 갓 태어난 송아지를 번쩍 들어올리며 웃고 있다.강 회장은 현재 700마리의 젖소를 키우며 하루 12t의 우유를 생산한다.<br><a href=mailto:krlee@chosun.com>/이기룡기자 <


우유가 남아돈다고 야단인 요즘에도 주부들에게 '강성원 우유'는
'없어서 못 사는 우유'로 통한다. 값도 다른 우유보다 2배나 비싸다.
그런데도 서울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요즘은 전국에서
주문이 몰린다. 판매량의 90%가 서울과 수도권, 부산·대구의 4만여
가정에 배달된다.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안성의 성원목장. 15만평에 이르는 거대한 옥수수
밭에는 사람 키 보다 높이 자란 옥수수대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젖소
700마리가 1년간 먹을 식량이다.

29년째 이 목장을 운영하며 8년 전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우유를
생산하는 강성원(康誠元·74) 성원유업 회장은 목장 한 가운데 2층짜리
집에서 살고 있었다.

오후 3시30분은 젖짜는 시간이다. 강 회장은 오늘도 어김없이
착유실(젖짜는 방)에 나타났다. 목장 직원들이 먼저 미지근한 물로 소의
젖꼭지를 씻고, 소독약을 바른 뒤 다시 씻어낸다. 강 회장은 "우유는
어미소의 몸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오염이 시작되기 때문에 젖짜기
전부터 철저히 관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직접 감독하자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황해도 사리원 태생의 강 회장은 원래 목부(牧夫) 출신은 아니다.
소령으로 예편한 그는 '5·16쿠데타'의 주도 세력이었다. 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5·16 이후 중앙정보부 수립과 공화당 창당 작업을
했던 정치인이었다. 그는 지난 72년 10월 유신 당시,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서울을 떠났다.

"농사 지을까도 생각했지만 농한기가 되면 '딴 생각'(정치)이 날 것
같았죠. 정치를 잊는데는 1년 365일 새벽부터 일하는 목장이
'제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73년 2월 안성에 2만5000평의 땅을 사서 젖소 20마리로 목장을 시작했다.
6개월 만에 젖소 12마리가 죽어나갔다. '당장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스무 번쯤 했다. 축산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며 독학을
시작했다. 살아남은 8마리의 젖소로 재기에 성공, 이제 단일 목장으로선
국내 최대규모인 700마리의 소를 키운다.

강 회장은 20년간은 그저 젖소만 키웠다. 원유(原乳·젖소에서 갓 짜낸
우유) 판매는 협동조합에 맡겼다. 그러나 지난 93년
우루과이라운드(UR)가 타결되는 걸 보면서 직접 우유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다. 값싼 수입 유제품이 쏟아져 들어올 게 뻔하니, 믿고 마실 만한
고품질 우유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겠다고 결심한 것.

94년 '강성원 우유'를 만들면서 강 회장은 '잘 나가던' 세 아들을
몽땅 불러모았다. 경영은 박사 출신(미국 매사추세츠대학 자원경제학
박사)의 장남(강인석·38)에게 맡겼다. 미국 덴버대에서
MBA(경영학석사)까지 마친 둘째 아들(강문석·37)에겐 목장 관리부장을,
방송사 PD로 일하던 막내아들(강형석·35)은 회사 영업담당을 시켰다.
형석씨는 "한창 연애하고 친구들 만나고 다닐 20대 후반에 우유통 들고
강남의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판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울에 30명,
안성 목장에 15명의 직원을 둔 '성원유업'은 이처럼 4부자(父子)가
인생을 전부 투자한 가족기업이다.

국내 다른 우유업체의 하루 생산량은 700~800t. 하지만 강성원우유는
하루 12t 수준이다. 소량생산으로 값이 비싼 대신, 신선함과
고(高)품질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강성원 우유'를 만들 때 다른 목장 출신의 젖소는 일절
사양한다. 젖소들에겐 목장서 직접 재배한 옥수수와 건초·호밀을
먹이고, '반찬'에 해당하는 곡물·배합사료만 외부에서 사다 먹인다.

"국내에서 원유의 최상등급(1등급A) 품질 기준은 1㎖당 세균수 3만마리
이하입니다. 우리 목장에서는 그보다 훨씬 적은 '2000마리 이하'를
유지합니다. 혹 품질이 안 좋은 우유가 나오면 하루에 600㎏의 우유를
그냥 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강 회장은 "내 이름 걸고 우유를 만들 때 스스로 다짐했던 약속을
아직도 지키고 있다"고 했다. 이것저것 섞지 않고 '흰 우유'만
생산하며, 8년 동안 가격도 올리지 않았다는 것. 그는 "가격은 견딜 수
있을 때까지 3~4년 이상 이대로 가겠다"고 했다.

"대량 생산보다는 품질을 더 고급화하는 데 주력할 겁니다. 우리 같은
고급 목장우유가 전국 곳곳에 많이 생겨났으면 해요. 궁극적으로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소젖을 바로 짠 '무살균우유'를 먹이는 게 제
꿈입니다."

'강성원 우유'가 처음 출시된 지난 95년의 매출액은 6억원. 그러나 6년
만에 매출이 10배가 넘는 7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 매출목표는
80억원. 강 회장은 "품질 좋고 믿을 만하다는 주부들의 '입소문' 덕에
여기까지 왔다"며 "정직한 기업을 믿어주는 소비자들이 있으니 질 좋은
우유 생산에 내 전부를 걸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