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회계 부정에 이은 미국 경제지표의 악화가 또다시 서울
주식시장을 강타했다. 5일 서울 주식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700선이 단숨에 붕괴되며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또 주가 급락 여파로 원·달러환율이 급등하고 금리는 급락하는 등
'미국발(發) 금융 불안'이 서울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이날 주가 하락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다. 지난주초
급반등했던 미국 증시가 지난 주말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시장에서 다우·나스닥·S&P 등 3대 지수는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됐다는 소식으로 모두 2% 넘게 떨어지는 약세를
기록했다.
2일 발표된 미국 6월 공장주문은 전월 대비 2.4% 감소한 3132억달러를
기록,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7% 감소를 크게 밑돌았다. 실업률은
월가 전망치와 일치한 5.9%를 기록했지만, 신규 취업자는 6000명에
불과해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6만건을 크게 밑돌았다. 주간 평균 노동시간
역시 34시간으로 지난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는 "회계부정으로 인한 신뢰도 저하에 이어 미국
경제지표까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미국 경제가 다시
더블딥(이중침체·경기가 회복돼다 다시 침체되는 현상)으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자 대체 투자수단인 채권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면서, 채권값은 오르고 금리는 급격한 내림세를 탔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지난 주말보다 0.13%포인트
급락하며 연 5.26%를 기록했다.
또 지난주 내림세를 탔던 원·달러환율은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대규모로 팔아치운 여파로 큰 폭으로 오르며, 1200원대에 육박했다.
외국인들이 이날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1507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한 뒤 외환시장에서 달러로 바꾸려고 한 탓에 달러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일본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약세를 보인 점도 원화의
동반 약세를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13.5원 오른 1198.0원으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회복과 기업들의 실적 개선 속도에 비해 최근 주가
하락세가 과도하다는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이
당분간 재상승국면으로 추세를 전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장이 워낙 불안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근모 부사장은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을 받아줄
여력이 없을 정도로 시장에 지친 기색이 나타난다"며 "미국이라는
외풍(外風)이 잠잠해지기 전까지 주가 반등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