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1등 제품만으로 승부걸어"##


생활용품 회사인 유니레버 코리아 이민선 인사부장은 이사로 승진하는 날
이재희(李在熙) 회장으로부터 '찔레나무 가지'라는 제목의 시(詩)
한편을 이메일로 받았다. 이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찔레나무를 가꾸는
사람만이 찔레나무의 어느 가지를 잘라내야 할지 안다."

이민선 이사는 회장이 시를 보낸 뜻이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구조조정을 대비하라'는 것임을 알아차렸다. 유니레버 코리아의 이재희
회장은 시(詩)나 편지로 임직원과 의사 소통을 한다. 그의 독특한 경영
스타일은 유니레버와 인연을 맺을 때부터 시작됐다.

이재희 회장은 미국의 프라이스 워터하우스에서 활약한 회계 컨설턴트
출신이다. 그후 TNT 익스프레스 아시아 지역 사장을 역임한 뒤 잠깐
쉬었다. 그는 쉬는 동안 영국에 있는 유니레버 그룹 니얄 피츠제럴드
회장에게 편지 한 장을 보냈다. "만약 내가 유니레버 코리아를 맡으면
3년 내에 매출을 두 배로 늘리고 흑자 기업으로 만들겠다"며 "본인의
능력을 사라"고 제의하는 내용이었다. 이 편지를 받은 피츠제럴드
회장은 그를 영국 본사로 불러들여 인터뷰를 한 뒤 즉석에서 유니레버
코리아 회장으로 임명했다.

사실 유니레버 코리아는 애경과 신동방과의 두 차례 합작이 모두
실패하면서 회사가 엉망인 상태였다. 새로 설립한 유니레버코리아마저
누적 적자만 1000억원이 넘었다.

이 회장은 지난 99년 취임한 뒤 불과 3년 만에 매출액(지난해
1400억원)을 세 배나 키웠다. 만년 적자 기업이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만
300억원짜리 기업으로 변신했다. 이 회장은 "단기간에 성공한 비결을
'제품 구조조정'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 내놓던 '지저분한 제품'은 싹 정리하고, 1등
제품에만 주력한 것. 매출이 미미한 클로즈업 치약이나 세제 사업은
포기하는 대신, 폰즈(클렌징)나 도브(샴푸·비누) 등 시장 1위
제품으로만 승부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1위를 못하면 과감하게 버릴
계획"이라며 "홍차 시장에서 립튼, 마요네즈는 베스트푸드,
피너츠버터는 스키피, 올리브오일에서 베르톨리로 제2의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