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컴의 분식회계 소식 등 미국발 악재의 영향으로 종합주가지수가 26일
하룻동안 7% 폭락하고, 원·달러환율은 1200원선까지 급락했다. 또
국고채 금리가 급락하는 등 서울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이날 서울 증시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54.05포인트(7.2%) 폭락한
701.87을 기록,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지수 하락폭과 하락률은
작년 9·11 테러 사건 이후 가장 큰 것이다. 하락 종목수와 하한가
종목수도 각각 788개와 128개로 올들어 가장 많았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코스닥지수가 5.25포인트(8.5%) 폭락, 역시 9·11 테러
이후 최대 하락폭과 하락률을 기록했다. 또 하락종목수 사상최다(771개),
하한가 종목수 사상 3위(381개) 등 좋지 않은 기록들이 쏟아졌다.
주가가 폭락한 것은 최근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뉴욕증시가 연일
급락하는 등 미국 금융시장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특히 25일(미국
현지시각) 장마감 후 미국 2위의 장거리 전화업체인 월드컴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소식과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러지의 3~5월 실적이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는 소식 등
대형 악재도 터져나왔다.
이날 동경 증시의 닛케이 225지수는 4.0%, 대만 가권지수도 3.6%
급락하는 등 다른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하지만 서울
증시 하락폭이 유독 컸던 것은 은행을 비롯한 일부 금융기관이 상반기
결산을 앞두고 주식을 집중매도하는 대신 채권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주가 하락폭이 깊어지자 기관투자가들의 손절매(stop loss)
물량마저 쏟아졌다. 손절매란 주가가 매입 단가의 일정 비율을 밑돌 경우
기관투자가가 내부 규정에 의해 무조건 주식을 파는 것을 말한다. 이날
기관투자가들은 하락장세를 선도했다.
서울 외환시장과 채권시장도 미국 금융시장 불안의 여파로 크게
요동쳤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환율이 9.8원 하락한 1203.9원을
기록, 연중최저치를 경신했다. 채권시장에서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23%포인트 급락, 연5.52%를 기록했다. 하나증권의 채권
브로커인 강순국 과장은 "두세 달 움직일 금리가 하루만에 움직였다"며
"미국 경기회복 지연으로 금리 인상이 물건너갔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금리가 급락했다"고 전했다.
이날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리서치센터장)는 "정말 힘든 하루였다"며
"800선이 바닥이라고 이야기해왔지만 이제 700선마저 위협받게 돼
항의하는 투자자들에게 사과하기 바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펀더멘탈(경제기초체력)에 비해 최근 주가 하락세는
과도하다는 의견이었지만, 투자자들의 심리가 워낙 불안한 탓에
단기적으로 주가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굿모닝투신운용
강신우 상무(운용본부장)는 "달러화 가치 급락은 국제 금융자본이
미국시장을 이탈하는 신호탄일지도 모른다"며 "이 여파로 투자자들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B&F투자자문 김광진 대표는 "지금의 한국 경제는 과거
종합주가지수가 500~600선에 있었을 때와는 다르다"며 "내수시장이
충분히 커진 데다 한국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도 좋아져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