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왜 이렇게 한꺼번에 주식을 팝니까?"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이원기 상무는 최근 외국인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지난 5월 KT(옛 한국통신)를 시작으로 우리금융
공모 등 정부 보유 물량이 주식 시장에 계속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
상무는 "안 그래도 5~6월에 정부 지분 매각이 줄을 서 있는데,
담배인삼공사까지 일정을 앞당겨 6월에 지분을 매각한다고 하자
외국인투자자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주식 매각이 주식시장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가뜩이나
주식시장이 조정을 겪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민영화나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공기업이나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지분을 주식 시장에 내다 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나오는 정부 물량은 대규모인데다가 여러 건이
짧은 기간에 겹쳐 나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 보유 주식의 집중 매각은 5월 중순 KT부터 시작됐다. 매각한 주식은
4조8000억원어치. 이어서 공적자금 8조5000억원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는
상장을 위해 공모하면서 6120억원어치를 팔았다. 또 하이닉스의 채권단은
지난 7일부터 전환사채(CB) 행사기간이 시작되자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꾸어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하이닉스 채권단이 갖고 있는
전환사채를 모두 주식으로 바꿀 경우 7억2000만주에 달하며 금액으로는
20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오는 21~22일에는 수출입은행 등 3개 은행이 보유중인
담배인삼공사 주식 약 6000억원어치(3천700만주)가 시장에 쏟아진다. 한
달 정도 기간에 6조원이 넘는 주식이 공급되는 것이다. 담배인삼공사의
경우 정부는 당초 해외 매각부터 실시하고 국내 매각은 나중에 하려던
계획이었으나, 뉴욕 증시가 부진해 해외 매각이 어려워 보이자 국내 매각
일정을 앞당겼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주식시장이 조정을 겼으면서 가뜩이나 투자자금 부족
현상을 빚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 물량의 충격이 컸다. 5월 이후
6월7일까지 고객예탁금(일반 투자자의 주식 매수 대기자금), 주식형 펀드
등 순수 증시 투자자금은 1조원 이상이 줄어들었다. 종합주가지수는 5월
중순의 860선에서 한 때 780선까지 내려갔다가 820대로 올라오는 조정을
겪고 있는 중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정부가 서두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영화,
공적자금 회수 일정에만 집착해 주식시장이 받을 충격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국투신증권 황규원 애널리스트는 "주식 매각의
불가피성은 인정하지만, (정부가) 시기를 조절해 겹치지 않게 한다든지
운영의 묘를 발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시장의 비판에 대해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 이석준 과장은 "올
한해 전체를 놓고 보면, 정부가 판 주식 물량 정도는 주식 시장이 감당할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증시 자금이
장기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데다, 연금·기금의 주식 투자도 늘어날
전망이라는 점을 꼽았다. 이 과장은 그러나 "앞으로 남은 민영화
과정에서는 (물량이) 겹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에 추가로 나올 대규모 주식 물량은 한국가스공사 민영화, 한전의
발전 자회사 민영화에 따른 상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