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미국의 401K와 같은 기업연금제도 도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실무진들의 검토 작업은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제도 도입을 위한 노사정(勞使政)위원회의 합의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금융감독원 오갑수 부원장은 "올해는 선거가 있기 때문에 다소
도입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빠르면 연내 도입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3일까지 기업연금제도 도입을 위한 실무 소위를
4차례에 걸쳐 열고, 노사간 의견조율을 마쳤다. 최근 노총이 내부 의견
수렴을 위한 시간을 요청했기 때문에 노사정위원회는 한달동안 토론을
쉬면서 노측 반응을 기다리고 있으며, 7월1일 본격 논의를 재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노사정위원회 이태흥 전문위원은 "노동계와
기업쪽에서 일단 기업연금 도입의 필요성에는 합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기업연금이란 기업과 종업원이 함께 낸 돈을 모아 주식을 비롯한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근로자나 기업은 물론
주식투자자들에게도 각별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이는 미국식
기업연금인 401k가 90년대에 급격히 늘어나면서 미국 증시 장기 활황의
기폭제가 된 것처럼 한국에도 기업연금이 도입될 경우 증시에 엄청난
신규 수요 기반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사정의 의견 차이는 여전히 적지 않다. 근본적 차이는 노측에서는
기존의 퇴직금처럼 안정적인 연금제도를 바라고 있는 반면, 사측에서는
차제에 퇴직금 부담을 오히려 줄이고 싶어하는데 있다.
갈등을 완화할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기존 퇴직금 제도 내에
기업연금제도를 하나의 대안으로 인정하는 방안이다.
증권연구원 고광수 연구위원은 "현재대로 기업이 퇴직금을 지급하되, 그
돈의 운용방법은 종업원과 회사가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것이
현단계에서는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즉 안정성을 중시하는 사람은
은행에 맡겨 이자 수입만 받게 하고, 고위험·고수익을 선호하는 사람은
주식에 투자하며, 어떤 사람은 은행예금과 주식투자를 섰어서 하는 등
다양한 선택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대안은 노측이나 사측이나 비교적 저항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근로기준법 개정 을 통해 비교적 손쉽게 제도 도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부측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노총 정길오 정책1국장은 "기업연금이 기존 퇴직금 제도에
비해 퇴직금의 안정적 지급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연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지, 어떤 방식으로 기업연금을 도입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기존 퇴직금 제도는
기업이 나중에 퇴직금으로 지급할 돈을 운영자금으로 써도 되지만,
기업연금은 100% 사외(社外)에 적립해야 하므로 근로자 입장에서는
안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문제는 또 있다. 현행 규정 상 근로자가 퇴직시 받는 퇴직금은 자신의
근속연수에 한달치 급료를 곱한 것으로, 매년 근로자 연봉의
8.3%(12분의1)씩에 해당하지만, 사측에선 기업연금 도입과 함께 부담을
5% 이하로 낮추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노측에선 이같은 사측
움직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뚜렷이 하고 있다.
한빛증권 신성호 이사는 "기업연금 제도가 도입된다면 주식시장에
엄청난 새로운 수요를 낳아 주가가 한단계 레벨업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