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6%. 이 정도면 작년
3분기 -1.3%를 바닥으로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하반기 경제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면서 미국의
주가와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국내총생산(GDP)은 글자그대로 국내의 경제활동을 모두 감안한 일종의
종합성적표다. 따라서 경제전체의 동향을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분기에 한번 작성될 뿐아니라 분기가 끝난 지 25일이 지나야
발표돼 속보성(速報性)에서 떨어진다. 게다가 앞으로의 흐름을 보여주기
보다는 지난 흐름을 짚어주는 과거지향적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들도 과거와 지금보다는 앞으로의 경제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지표들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심리나
투자 또는 생산동향을 수시로 알려주는 통계들이 훨씬 더 유용할 것이다.
소비자신뢰지수는 이같은 요구에 맞아떨어지는 지표다. 컨퍼런스보드라는
민간연구기관이 매월 5000개 가구를 대상으로 경제·고용·가계수입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작성·발표하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의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향후 소비심리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8일 5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09.8로
발표되자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4월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했지만 예상(110~111)보다는 다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이 외에도 소비자들의 호주머니 사정과 소비행태를 읽을 수 있는
지표로는 소매판매액, 신축 및 기존 주택 판매, 개인소득, 실업률 등이
있다. 4월 실업률의 경우 3월의 5.7%에서 5.8%정도로 오를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6.0%로 나타났다. 게다가 5월에는 6.2%로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돼 향후 소비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는 요인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산업생산은 제조업은 물론 광업 및 전력·수도업 등의 생산활동 동향을
매월 알려주는 지표다. 작년 테러사태의 영향으로 9월 산업생산이
-1.1%(전월대비)로 떨어지면서 3분기 GDP성장률도 -1.3%로 내려 앉았다.
반면 올 1월부터 산업생산이 증가세로 돌아서 매월 0.3~0.5%를
기록하면서 1분기 성장률이 5%대로 뛰어 올랐다. 산업생산통계는 매월
15일을 전후해 전월 동향이 발표될 뿐아니라 예측력 또한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산업생산과 함께 발표되는 가동률은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생산시설의
가동 정도를 보여준다. 가동률이 높아질수록, 특히 85%를 넘어설 경우
물가상승압력이 크게 나타난다는 과거의 경험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시기를 잴 수 있는 유용한 지표중의
하나다. 4월말 현재 제조업 가동율은 75.5%에 머물고 있어 당분간
물가상승압력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인들의 소비와 기업들의 생산활동을 동시에 보여주는 지표로는 내구재
주문, 기업재고, PMI 등이 있다. PMI는 공급관리협회(ISM, 옛 NAPM)가
신규주문·생산·고용·재고 및 수출입 동향 등을 고려해 작성·발표하는
종합적인 제조업 업황지수이다. 50을 기준으로 전반적인 업황의 확대와
수축을 구분한다. PMI는 지난 2월 50을 넘어섰지만 4월(53.9)에는
3월(55.6)보다 떨어져 향후 추세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역별 PMI도
발표되고 있어 지역경제동향 및 전망 파악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지표일
뿐아니라, FRB의 금리조정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나라의 경제가 어떤 국면에 있는 지를 한두가지 경제지표만으로
따지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다고 여러가지 다양한 지표들을 놓고 이들
지표의 전체적인 방향을 가늠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최근
미국처럼 여러 지표들이 일관성없이 서로 다른 흐름이나 신호를 나타낼
경우 미래를 전망하기는 더 어렵고 불투명해질 수 밖에 없다. FRB가 금리
인상 시기를 계속 뒤로 미루고 있는 것도 주요 경제 지표들이 엇갈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