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한 신용카드 회사의 TV 광고 카피다. 은행권의 주5일제 근무 시행이
결정되면서, 광고 내용 같은 여유로운 생활이 국내에서도 자리잡을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5일제 근무는 여가 시간을 늘려 소비를 늘린다는 점에서 내수주에
호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단순히 특정 산업만 혜택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내수 소비를 늘리는 효과를 가진다는 뜻이다.
우선, 여가를 위해 쓰는 돈이 늘어나면, 외식, 오락, 스포츠 등의 소비성
산업이 잘 된다. 따라서, 서비스 산업이 우선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투신증권 김성민 애널리스트는 "선진국의 경우, 주 5일제
근무 실시 이후 서비스업 성장률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같은 논리가
국내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관광, 항공, 외식업은 한 단계 올라선 실적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영화, 오락, 게임 산업은 새로운 수요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운수, 자동차 산업은 레저용 차량 수요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주5일제 근무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간접적인 효과를 보는 업체도 나타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은행의
주5일제 근무는 자동화 기기의 수요를 늘리기 때문에, 은행 자동화 기기
업체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24일 서울 주식시장에서 청호컴넷,
한국컴퓨터, 아이디스 같은 은행 업무 자동화 관련 업체들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런 소비성 산업의 호조는 돈이 쓰인 만큼 고용 효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내수 전체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법정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고용과 소득이 다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화증권 김민정 애널리스트는 "주5일제 실시는 소비형태를
단순히 바뀌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폭넓은 사회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증시 전문가들은 주5일제 근무 실시를 내수주 중심의 움직임을 더
굳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초만 해도 2분기 부터는
수출주가 증시를 주도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고, 미국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자, 수출주의
실적 예상이 힘들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주5일제 실시는 다시 내수주에
눈길을 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메리츠증권 박민철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3분기가 오기 전까지는 주5일제 같은 내수 관련
재료가 증시를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주 5일제 근무는 철저히 장기적으로 봐야 할 재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단, 지금 당장 주5일제 실시에 의한 실적 개선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은 5일제 전면 실시 전에는 반짝 테마들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수출 비중이 아직도 절대적으로 크고 1인당 국민소득도 작은
개발도상국의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이 주 5일제 근무를 긍정적으로만
소화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싱가폴 같은
선진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3만달러에 이르렀을 때에 시작했기
때문에 일정한 성공을 거뒀지만,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아직 1만
달러에 못미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