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증권거래소 상장공시부는 29명 전원이 밤샘근무에 들어갔다. 15일은
12월결산 상장기업들의 1분기 실적 제출 마감일. 많은 기업들이 마감
시한에 임박해서야 실적보고서를 내기 때문에, 이를 취합해 16일
발표하려면 밤샘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증권거래소 정원구 상장공시부장은 "해마다 미리 보고서를 내달라고
기업들에게 요구하고 있지만, 올해도 역시 60% 이상의 기업이 마감일인
15일, 그것도 오후 늦게서야 보고서를 냈다"라고 말했다.

어떤 기업은 실적 확정치 발표는 늦게 하더라도, 그 이전에 잠정치나
가(假)집계 결과를 발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조차 하지 않는
'배짱형' 기업들도 있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로서는 자기 회사가
지난 1분기 동안 얼마나 장사를 잘 했는지, 한달 반이 넘도록 전혀 알 수
없는 셈이다. 브릿지증권 김경신 상무는 "전산시스템의 발달로 하루하루
경영실적도 집계할 수 있다는 요즘, 실적을 45일이나 늦게 투자자들에게
알려주는 건 '주주중시 경영'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마감일인 15일이 돼서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현대건설·하나로통신 등 6개 기업이다.< 표 참고 > 현대건설측은
실적발표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회계법인과 부분적인 의견 차이가
있었던 데다, 확정치가 나오기전엔 회계부서에서 잠정치를 발표하지 않는
관례를 따랐다"고 말했다. 롯데 계열사들은 늑장 발표의 「상습범」으로
증권가에 알려져 있다.

늑장 발표의 원인은 여러가지다. 실적을 빨리 발표하면 언론이나
투자자들로부터 이런 저런 질문을 받아 성가시다는 이유도 있고, 다른
기업들의 실적을 지켜본 뒤 무리없는 수준에서 실적을 짜맞추기 위해
늑장 발표를 하는 기업들도 있다.

반면 실적을 매달 한번씩 발표하는 열성적인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반도체 장비 제조업체)과 인터파크(전자상거래 업체)는
작년부터 이미 월단위로 매출액과 순이익을 비롯한 주요 경영실적을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반도체담당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김동식 IR팀장은 "투자자에게 기본적인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차원에서 실적이 나쁘더라도 매월 초, 전월 매출액과 예상
이익 규모를 발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홈쇼핑·백화점·할인점·항공사·휴대폰단말기 제조업체등 많은
기업들이 월별로 경영 실적을 공개하고 있다.< 표 참고 >

월별 영업실적 공개는 투자자들에게 신속한 정보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신영증권 장득수 조사부장은 "영업실적을
분기별로 1년에 4번 발표하는 것과 월별로 12번 발표하는 것은 투자정보
차원에서 엄청난 차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대부분 기업들이 분기별 실적발표 외에 월별로 실적을
공개하고 있고, 더 나아가 분기 중에 해당 분기의 실적 전망치까지
발표하고 있다. 대만도 상장기업이 월단위로 매출액을 발표하는 것이
일반화 돼 있다.

대우증권 전병서 기업분석부장은 "투명하고 상세한 실적발표는 주주중시
경영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