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상술(商術)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미끼상품'이 금융권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미끼상품(loss-leader)이란 그 자체로는 마진이
거의 없거나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지만, 미끼상품에 따른 고객
유인(誘引) 효과로 매출액 증대 효과가 큰 마케팅 상품을 말한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 보면 미끼만 잽싸게 낚아채고 낚시바늘만 물지 않으면
재테크 면에서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금융 미끼상품이 어떤 것이
있고, 이 미끼상품을 역(逆)이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금융권의 미끼상품들=금융권의 대표적인 미끼상품은
'무이자(無利子) 대출'이다. 동양카드는 지난 1월 국내 금융회사
최초로 '무이자 대출(현금서비스)'을 선보였다. 신용카드 회원을
대상으로 최고 100만원까지 5일간 무이자 대출해주는 상품. 이 상품은
4월 한 달간 대출실적이 45억원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좋은저축은행의 '스팟론'도 거의 비슷한 개념의 무이자 대출이다.

신용카드 연체금을 갚고자 하는 고객을 상대로 최고 200만원까지 7일간
무이자로 빌려준다. 단 대출기일인 7일을 넘기면 연 84%의 고금리가
적용된다.

카드사들이 선보이고 있는 프로스포츠·영화 무료 관람, 놀이공원 무료
입장 서비스, 기름값 할인 서비스도 '미끼상품'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카드사는 이런 공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연간 수십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미끼상품은 은행과 보험업계에서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공짜 보험'이란 미끼상품이 있다. 공짜 보험이란 다른
업종과의 제휴를 통해 제휴 업체 회원들에게 무료 보험 가입 혜택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은행권에선 신한은행의 '상품권 예금'이 대표적인 미끼상품에 속한다.
이 예금은 원리금을 찾을 때 현금 대신 백화점 상품권을 10% 정도 할인된
가격에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실질 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특징.
저금리에 불만을 품은 고객 돈을 노린 것으로 은행의 전략은 그대로
적중해, 상품 출시 한 달여 만에 1조7000억원이 넘는 시중 부동자금을
끌어들였다.

◆미끼상품을 역(逆)이용하라=무이자 대출은 대출실적이 늘어날수록
금융회사에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동양카드의 경우 대출고객 중 무이자 기일(5일)을 제대로 지키는 고객은
전체 대출 고객의 4%에 그치고 있다. 덕분에 카드사는 상환기일을 넘긴
대출 고객들로부터 연 25%의 이율에 해당하는 이자를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 동양카드 마케팅팀 고영효 부장은 "처음 상품을 개발할 때
대출기한을 넘기는 고객이 절반도 안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고 우리도 놀랐다"고 말했다.

좋은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좋은저축은행 김영섭 기획조정팀장은 "전체
대출고객 중 10% 정도만 1주일 내에 갚았고, 나머지 90% 고객은
대출이자를 물고 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고객 대부분이 미끼뿐 아니라 낚시바늘까지 덥석 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급전이 필요할 때 무이자 기일을 잘 지키면서 이 상품을
활용하면 적잖은 이자부담을 덜 수 있다.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공짜 서비스, 할인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프로농구·축구의 입장료는 1인당 6000원 선. 횟수 제한이 없는 만큼 두
번 이상만 이용하면 연회비(보통 1만원 내외)에 해당하는 본전을 뽑을 수
있다. 영화 관람 무료나 관람료 할인 서비스도 마찬가지. 동반인까지
포함하면 이 서비스를 한 번만 이용해도 간단히 본전은 뽑는다. 조흥은행
서춘수 팀장은 "가정주부들이 백화점 미끼상품을 집중 공략해 생활비를
절약하듯, 미끼상품형 금융상품을 역(逆)이용하면 생활비와 금융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