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산 7년생 암컷 침팬지 '해리'는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긴 팔을
추첨함 속으로 쑥 집어넣었다. 해리가 집어올린 탁구공은 64번, 즉
'빙그레'였다. 이어 해리의 동갑나기 친구인 샐리(아프리카산 암컷)가
91번 아남반도체를 뽑았다. 참관인들 사이에 "제법인데"라는 탄성이
터졌다.

지난 26일 오전 10시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 동물원. 일주일간 훈련을
받은 침팬지 '해리'와 '샐리'는 경찰관 입회하에 치러진 투자 종목
추첨식에서 능숙한 솜씨로 탁구공을 세 개씩 뽑았다. 총 250개의
탁구공에는 거래소시장을 대표하는 200개 종목(KOSPI200지수
편입종목·1~200번)과 코스닥시장을 대표하는 50개종목(코스닥50지수
편입종목·201~250번) 등 250개 종목을 가나다순으로 배열한 일련번호가
적혀있었다. 해리는 추가로 133번 풀무원과 247번 핸디소프트를, 샐리는
158번 한섬과 73번 삼성테크윈을 각각 뽑았다.

해리와 샐리는 조선일보 머니팀이 시작한 '침팬지와 펀드매니저와의
투자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 탁구공을 집은 것이다. 이 게임은 두마리의
침팬지가 무작위로 고른 3개씩의 종목과, 프로 펀드매니저 4명이 뽑은
3개씩의 종목간의 6개월간 수익률을 비교하는 게임이다. 참여자들은 각기
1000만원의 투자 원금으로 3개의 종목에 3분의1씩 균일하게 투자했다는
가정 하에 투자 성과를 평가받게 되며, 본지는 앞으로 수시로 이번
수익률 게임의 중간 결과를 보도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 게임에 너그러이 참여를 결정, 침팬지와 「대결」을 벌일
펀드매니저는, 한국투신운용 홍창표(39), SK투신운용 이돈규(36),
KTB자산운용 박형렬(34), 대한투신운용 양정안(31·여)씨 등 4명이다.

◆침팬지와 펀드매니저의 투자종목은= 침팬지들이 뽑은 이른바
'침팬지 포트폴리오'(투자종목 구성)는, 막상 뽑고 보니 상당히
그럴싸해 보였다.

음식료업체인 빙그레와 풀무원, 그리고 의류업체인 한섬을 포함하는
침팬지 포트폴리오에는 내수업종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내수업종은 불안한 미국 증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에 꾸준한 수익률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삼성테크윈은 카메라·항공엔진·방위산업 제품 등을 생산하는 삼성
계열사로 대표적인 실적 개선 업체이고, 아남반도체는 반도체경기 호전에
따라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이라는 지적이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핸디소프트는 IT경기 개선 여부가 변수라는 평가다.

펀드매니저들은 대표 우량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4명중
3명은 삼성전자를 선정했고, LG전자와 제일모직도 각 2명씩 선정했다.
LG전자의 경우 "해외 경쟁사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돼 있고, 제품 구성이
뛰어나다"(이돈규 매니저)는 장점이 꼽혔다. 제일모직은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업종 대표주로, 앞으로 수출 증가에 따라 이익이 더 큰
폭으로 늘 전망"(양정안 매니저)이라는 분석이다. 홍창표 매니저는
기아차와 대우종합기계를 대표적인 경기회복 수혜주로 꼽았다. 이밖에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LG홈쇼핑과 대표적인 수출주인 현대차, 국내
최고 은행인 국민은행 등을 펀드매니저들은 선정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의 검증= 조선일보 머니팀이 다소 엉뚱해 보이는 이
게임을 시도하는 것은, 이른바 「효율적 시장 가설」이 한국 증시에
적용되는지를 검증하기 위해서다. '효율적 시장가설(efficient market
theory)'이란 "모든 이용 가능한 정보는 즉각적으로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펀드매니저든 누구든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이 이론의 극단적 옹호자인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버튼 맬킬 교수는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눈을 가린 원숭이가 주식시세표에 다트를 던져서
무작위로 뽑은 종목의 수익률이, 전문가가 신중히 선정한 종목의
수익률을 앞설 수도 있다"고까지 말한 바 있다. 본 게임은 이같은
주장에 대한 검증의 장이 될 것이다. 아울러 투자 판단에 노심초사하는
독자들의 머리를 식히는 청량제의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