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한중상호저축은행 본점 1층. 평소 한적하기만
하던 영업창구가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며 하루종일 북적거렸다.
신용금고가 상호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을 기념, 이날부터
100억원 한도로 정기예금에 연 7.54%의 이율을 준다고 하자 투자자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예상과 달리 올들어서도 저금리(低金利) 상황이 지속되자, 투자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예금처를 찾아 돈을
이리저리 옮기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은행에선 최근
예금금리를 다시 내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기만을
기다려온 투자자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 은행권, 예금 금리 다시 인하 =은행들이 최근 다시 예금 금리를
내리고 있다. 이는 국고채 3년물의 유통수익률이 연 6%대로 다시
올라서는 등 시중 실세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이런 현상은 은행들이 개인대출 확대를 위해 대출금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달 신용대출
금리를 고객 신용도에 따라 0.3~0.1%포인트씩 내렸다. 국민은행 김시백
수신팀장은 "예금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 대신 그 여력을 대출금리
인하로 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의 선택은 다른 은행에게도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신한은행이 11일부터 개인 신용대출 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 경쟁은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간의 격차) 축소를
가져와 '예금 금리 인하'를 유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9일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연 5.2%(만기 1년 예금 기준)에서
연 5.0%로 0.2%포인트 내렸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중순 정기예금 금리를
0.1~0.2%포인트 내렸다. 반면 대출경쟁 부담이 덜한 우체국은 지난 5일
정기적금 금리를 연 4.9%에서 연 5.0%(1년 이상~2년 미만 기준)로
0.1%포인트 올려 은행권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 부동자금(浮動資金) 증가에 발 묶인 예금 금리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중 은행권의 전체
수신고는 12조원이나 늘어났다. 이는 1월(2조8355억원)에 비해 무려
4.4배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수신고 증가액의 절반 이상이 단기성
대기자금을 묻어두는 수시입출금식 예금(5조원 증가)과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시장성수신 예금(2조5000억원)에 집중돼
있다.
한국은행은 "예금금리 등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기대수준보다 낮자 경기
회복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대체 투자 기회를
탐색하는 자금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부동자금
증가는 은행권의 예금 금리 인상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자를 적게 줘도 자금이 계속 몰려드는 데 은행들이 굳이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예금 금리 상승 요인 별로 없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상환 박사는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늘어나지 않고 있고,
물가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 역시 큰 폭의 금리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거대 국민은행의 행보도 예금 금리 상승을 억제하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은행이 '예금 금리 고수, 대출금리 인하' 정책을
취하면, 다른 은행들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저금리 전략은 다른 은행의 입지를 좁혀
시장지배력을 더욱 키우겠다는 속셈"이라고 분석했다.
당분간 예금 금리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면, 현 시점에서 새로운
금리 테크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다. 즉,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금융기관을 찾아 투자금을 옮기는 것이다. 상호저축은행만
하더라도 연 6.8~7.0%의 금리를 보장해 주는 곳이 적지 않다.
또 예금 금리가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물 경우, 단기 부동(浮動)자금이
주식시장에 몰릴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은행 예금만
고집하지 말고, 보유 자금을 증권시장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