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주식시장의 특징은 「선진국 부진·개도국 활황」으로
요약된다. 미국 주식시장은 경기 회복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기업
부실회계 파문」의 영향에 따라 도약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
주식시장 역시 부진한 모습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식시장은 국내 증시와 마찬가지로 작년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듯, 힘찬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개도국 증시가 한단계 더
상승하기 위해선 선진국 증시의 도약이 필수적이란 지적이 많다.

◆ 미국 =「부실 회계 악재」가 「경기 회복 호재」를 여전히 압도하고
있다. 지난 한주동안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서 다우평균는 소폭(1.63%)
올랐으나, 나스닥지수는 마지막 금요일 급락세를 보이면서 소폭(0.75%)
하락했다.

엔론 파문이 진정세로 돌아서는가 싶었지만, 지난 15일 IBM의 분식회계
의혹이 발생하면서 지난주 말 전 지수가 급락, 엔론이 뿌려놓은
「부실회계 망령」이 다시 부활하는 양상이었다.

1월중 소매판매실적과 신규실업자수 감소처럼 실업문제 완화와
경기회복을 알리는 시그널들이 잇달아 발표됐지만, 별로 힘을 쓰지
못했다. 다우평균과 나스닥지수는 모두 연초보다 하락한 상태. 특히
나스닥지수는 연초보다 5% 이상 하락, 1800선마저 붕괴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

도이치방크 시큐리티의 캐리 리어헤이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기가
개선되고 있지만 1~2개월 안에 침체에서 벗어날 준비는 되어 있지
않다』고 진단한다. 경기회복 조짐은 보이고 있지만, 엔론문제와 테러
위협 등 아직 산적한 난제가 많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주가와 경기가
큰 폭 상승세로 돌아서기엔 다소 무리라는 지적이다.

◆ 유럽 =미국 주식시장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유럽 경제 역시
침체 상태에 있기 때문에, 한국·싱가포르·대만 등 아시아 개도국시장과
달리 미국 주식시장의 흐름에 의존하는 양상이다.

미국 소매판매실적 증가에 따른 미국 경기회복 기대감과 엔론의 부실회계
파문이 그대로 유럽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

지난 주 유럽 주식시장은 소폭 상승세를 기록했다. 영국 주식시장의
FTSE100지수는 주초보다 1.06% 상승한 5182.50을 기록했고, 독일
주식시장의 DAX지수는 0.55% 오른 4862.60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연초에
비해서는 대부분 지수들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기술주 비중이
높은 독일 DAX지수는 연초보다 6% 이상 하락한 상태.

그나마 지난 11일 도이체텔레콤과 브리티시텔레콤에 대한 증권사들의
투자등급 상향조정이 잇따라 발표된 점이 영국과 독일 주식시장의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 일본 =정부가 벼랑 끝에 매달린 주식시장의 손목을 잡아끌어올리는
형국이다. 장기간의 경제 침체에다 기업과 금융권 부실 문제가 겹치면서
「펀더멘털」(경제의 기초체력) 측면에서 일본 주식시장의 상승 요인은
거의 없는 상태.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인 S&P와 무디스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추가 하향조정할 가능성까지 제기했기 때문에, 주가의
추가 하락 요인만 돋보이는 형국이다.

하지만 일본 주식시장은 위기에 몰린 일본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 지난주 도쿄 주식시장의
닛케이평균은 5일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1만엔선을 회복하는
「의외의」 강세를 보였다. 지난 2월초 닛케이평균은 1만엔 선 밑으로
추락, 연일 18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실제로 일본 고이즈미 총리는 정부에 금융권의 부실여신을 조사하라고
지시, 과감한 기업과 금융권 구조조정에 착수할 뜻을 내비쳤다. 문제가
되는 건설사들도 합병을 통한 자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12년째 곪아온 일본 경제의 환부가 너무나 깊기 때문에, 정부
대책이 일본 경제를 회복시킬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는 상황.
따라서 일본 주식시장 역시 당분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 아시아 =서울 증시와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작년 세계적인 IT(정보기술)산업 불황에 따라 폭락세를 면치 못한
대만과 싱가포르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활기를 띄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의 하이닉스 합병 추진이 반도체 가격 회복으로 이어진 점이,
IT산업 중심인 이들 두 나라의 증시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
「하이닉스 호재」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증시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증권거래소 해외정보팀 양재원씨는
『대만과 싱가포르 시장에서는 반도체 관련주와 정보통신주가 주식시장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주식시장의 ST지수는 지난주 말(15일) 연초 대비 8.77%의
상승률을 기록, 한국(8.09%)보다도 높았다. 대만 주식시장의 가권지수는
연초에 비해(설 연휴 직전 기준) 5.82% 상승했다.

하지만 홍콩은 국내 경제의 특수성과 미국 주식시장 부진의 영향으로
연초에 비해 3% 하락했다.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유니콤의 약세가
전반적인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모습. 중국 정부가 사실상 독과점
체제였던 홍콩 이동통신 업계에 2~3개의 신규사업자를 추가 인가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주가 급락의 원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