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주식시장은 장 막판 큰 폭으로 출렁였다. 장 마감 10분을
앞두고 갑자기 한 국내 온라인 매체에 '마이크론과 하이닉스 협상
결렬'이라는 기사가 게재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투매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불과 10분새 주가가 8% 급락했으며,
삼성전자도 주가가 10분새 4500원(1.5%)이나 떨어졌다. 하이닉스
채권단인 조흥은행과 외환은행도 장 막판에 주가가 1% 이상씩 떨어졌다.

이에 앞서 AP통신 등 미국의 통신사들은 "마이크론과 하이닉스의 협상이
결렬됐으면 협상 재개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마이크론측을 인용해
보도했다. 두 회사의 합병협상이 결렬될 경우 D램 가격이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하이닉스의 독자생존 여부가 다시 화두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투자자들은 일순에 혼란에 빠졌다.

미래에셋 김경모 애널리스트는 "두 회사의 합병협상이 결렬되면 당장
현물시장쪽에서 가격인하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투매를
불렀다"고 말했다. 합병으로 공급 물량이 줄어들고 D램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주식을 선취매했던 투자자들이 실망매물을
쏟아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두 회사의 합병결렬은 곧바로 D램
업체들의 가격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반응이 너무 과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하이닉스측은
완전히 협상이 결렬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협상이 지속될 경우 오히려
매도에 나선 사람들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애널리스트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힘든 시간에 마치 협상이
완전결렬된 것처럼 보도가 나오는 바람에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반응에 놀란 하이닉스 측은 장 마감 후 "협상 가격에 이견(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협상은 계속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도 "마이크론측은 30억달러를, 우리측은 50억달러를 제시해 의견
차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내부 조율이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보도의 시발이 됐던 마이크론측 숀 마호니 대변인의 "공식적으로
아무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현재로서는 추가 협상일정도 잡지
않았다"고 밝힌 것은 협상결렬보다는 인수가격에 이견이 있다는
정도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단 이날 급락이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마이크론측이 하이닉스를 싸게 인수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협상이 계속 진행되더라도 하이닉스
주가 변동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협상을 둘러싼 부정적인 뉴스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하이닉스에 대해 매각협상과 관련한 모멘텀 투자를
하기 보다는, 중장기 반도체 업황 전망을 보고 투자하는 전략이 더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석포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는
협상진행 여부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D램
수요회복이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에 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