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이 지난해 경영 실적을 공개했다. 세계 철강산업의 극심한
불황과 연말 원·달러 환율 상승,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일본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인해 부진한 성적이었다.
유상부 회장은 이날 증권거래소에서 기자와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개최한 'CEO포럼'에서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5% 줄어든
11조861억원, 당기순이익은 50% 줄어든 819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4일 포철의 주가는 전날보다 2.29% 오른 13만4000원을 기록했다.
철강업계와 증시 전문가들은 "포철의 실적 악화는 일찌감치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주가에 큰 영향은 없었다"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중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적인 철강 경기 침체로 지난해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등 포철의 주력 제품 가격이 평균 6% 가량 하락한
점이 순익 감소의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포철의 주가가 소폭 상승한 것은 작년과 같은 극심한 철강산업 불황
속에서도 819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상부 회장도 "작년 경영 성과가 외견상 전년보다
나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의 선진 철강업체들이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양호한 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의 주요 5개
고로업체들 중 신일본제철(15억엔의 흑자)을 제외한 나머지 4개사는 작년
상반기 실적이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또 2000년 포철의 대규모
순이익에는 신세기통신 주식 매각으로 얻은 6592억원의 특별이익이
포함돼 있었다. 이를 제외할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14.2% 줄어든 것이다.
유 회장은 "올해 경영 방침을 안정적 성장기조와 내실경영에 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매출 목표를 작년보다 400억원 가량 줄어든
11조460억원,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700억원 가량 증가한
1조4980억원으로, 보수적인 경영 목표를 제시했다. 포철을 둘러싼 올해
철강산업의 환경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은 오는 3월4일쯤 외국 철강제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수입
규제조치가 취해지면 철강제품 수출에 타격을 입는 것이 불가피하다.
세계 메이저 철강업체들의 활발한 합병·제휴 움직임도 세계
철강시장에서 포철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 유럽의
유지노·아베드·아세랄리아 3사(사)는 올 2월 합병을 통해
'아셀로'라는 단일 업체로 출범한다. 아셀로는 통합으로 인해 연간 7억
유로(약 6억3000만달러) 원가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2~3위 업체인 NKK와 가와사키제철이 합병에 합의한 상태다.
무엇보다 세계 철강공급 과잉 현상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철강협회(IISI)에 따르면 작년 12월 세계 철강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 3% 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포철의 주력 시장인 아시아지역에서는
오히려 3.7% 증가했다. 여기에 엔저 상황이 겹치면서 포철은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하고 있다.
포철은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중을 늘리고,
중국·동남아 지역에 대한 현지 투자를 강화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유상부 회장은 "원가경쟁력 기반을 더 공고하게 만드는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고급강 수요가 늘고 있는 중국에 대한 현지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