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18일) 서울주식시장에는 현대투신 협상 결렬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부가 AIG측과 무려 1년 반 넘게 끌어온 협상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 때문에 장 초반 투자자들은 현대투신 문제로
최근 조정을 겪고 있는 주식시장이 더 큰 타격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막상 장이 열린 후 시장의 반응은 담담했다. 증권업종 지수는
전날보다 3.41% 하락했지만,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5.03포인트(0.70%)
떨어지는데 그쳤다. 현대증권은 전날보다 1500원(12.19%) 떨어진
1만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대우증권 이승주 애널리스트는 "시장
참여자들이 전체 주식시장의 문제보다는 '개별 기업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불황으로 하이닉스가 위기에 처했을 때만 해도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외국인들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골드만삭스 임태섭 이사는 "매각협상이
워낙 오랜 시간을 끌어왔고, 금융기관의 체력이 강해져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협상이 결렬된만큼 현대증권 개별주가가 추가 상승하는데는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법규상 부실기업에 대한 대주주 부담금을
정부에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투신 잠재 부실규모는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현대증권 측은 이에 대한 손실부담금
3000억원 이상을 정부에 지불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모든
신규사업이 금지된다.
대우 이승주 애널리스트는 "당장은 부담금을 내지 않고 신규사업도
벌이지 않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신규사업을 벌이지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임자'를 찾는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럴 경우 회사는 현 경영상태를 유지하겠지만,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펼치는데는 제약을 받게 된다.
따라서 당분간 현대증권 주가가 상승하기 위한 모멘텀(계기)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이번 협상과정에서 불거진 '우발채무'
문제도 계속 주가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은 현대증권을 198억원
순매도했으며, 기관 역시 105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독자생존은
가능하지만 경영권 안정이 안된 상태에서 주가가 횡보를 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형사 위주의 정책을 펴고 있어, 앞으로
증권사간 경쟁에서도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현대증권에 가지고 있는
우려가 다른 증권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9월
이후 거래대금과 거래액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올 한해 증시가
활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만큼 증권사 실적도 좋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증권업종 전반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이번 협상결렬로 인해 증권사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투자자의
관심도 당분간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LG투자증권 이준재
애널리스트는 "오랫동안 끌어온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증권주에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끼는 투자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