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과 연초에 반짝 증가세를 보였던 기관투자가 매수세가 이번주
들어 다시 실종상태에 빠졌다.
9일 거래소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은 2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매도세를
기록했다. 선물·옵션시세와 연계되거나 펀드 환매(자금인출) 자금
마련을 위한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2500억원을 넘어섰기 때문에
기관투자가 본인의 판단에 따른 매매현황은 500억원 정도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연말 연초에 대거 주식을 사들이며 장을 이끌던
기관투자가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기관투자가들은 지난 7일과 8일에도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각각 2301억원, 1086억원의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했다.
기관투자가들이 대규모 매도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말·연초에 주가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르자, 대부분 기관투자가들이 단기적으로는 추가
상승보다는 하락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선물·옵션 시세에 따라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대거
나오고 있는 점도 기관들의 매도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다만 대부분 기관투자가들은 세계적인 경기회복에 힘입어 올해 전체로
보면 주가가 꾸준한 오름세를 탈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기 보다는 그때그때 장세에 따라
신축적인 매매전략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삼성투신운용
임창규 펀드매니저는 "올해는 기업실적 호전과 이에따른 경기 회복
가시화로 인해 전반적으로는 주가가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식형펀드로 새로운 자금이 아직 유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투신권을 중심으로한 기관투자가들의 현 상태의 매수 여력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 리스크 관리와 프로그램 매도가 대규모 매도 원인 =기관투자가들의
매도세 전환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연말과 연초에 걸쳐 15% 이상
급등한 주가 때문이다. 연말 이후 반도체 가격 급등과 외국인의 집중적인
매수세 때문에 주가가 수직상승했기 때문에 오히려 1월 남은 기간동안엔
수익률 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한 펀드매니저들이 많다는
얘기다.
최근 대부분 주식형 펀드 내 주식 편입비중이 이미 80%선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에 추가 매수 여력 자체도 많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현대투신운용 백승삼 운용2본부 부본부장은 "대부분 펀드들이 이미 80%
이상 주식을 사놓았기 때문에 추가적으로는 많아야 펀드 자금의 7~8%
정도씩을 살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론상으로는 90%까지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성장형 펀드라도 실제로 90%까지 주식편입비중을 꽉
채우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인 매수여력은 그리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10일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차익거래를 위해 사놓은 주식을 시장에 되파는
청산물량이 부쩍 늘고 있는 것도 기관투자가가 주식을 팔고 있는 이유로
볼 수 있다. 과거 선물 위주로 돼 있던 차익거래 구조가 최근엔 풋옵션
매수와 콜옵션 매도를 함께 묶어 선물매도와 같은 효과를 내는 '옵션형
차익거래'로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 옵션 만기일 효과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 펀드자금 중 절반은 아직 원금 못찾아 =기관투자가들의 매매패턴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금융기관이나 개인투자자들이
펀드에서 돈을 빼내가는지 여부다. 특히 대규모 자금을 펀드에 넣어놓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대거 돈을 빼갈 경우 주요 기관투자가인 투신운용사
입장에서는 돈을 돌려주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주식을 팔아치울 수 밖에
없다. 일부 금융기관들이 주가 급등을 틈타 펀드 환매에 나서고 있는
것도 최근 기관투자가 매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이 지난 99년 이후 작년 9월말까지 설정된 펀드를
대상으로 설정된 종합주가지수대를 조사한 결과, 750선보다 높은
지수에서 설정된 펀드 규모가 8조9000억원을 넘어 전체
펀드투자금액(18조8319억원) 중 47.36%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펀드 투자금액중 절반 가까운 자금이 아직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앞으로 주가가 오를 경우 9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환매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보수적인 금융기관일수록
원본을 회복하면 자금을 일단 뺐다가 재투자 시점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주가 상승 때마다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환매물량을 예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종합주가지수가 800선을 넘어 상승할 경우, 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한 개인투자자금이 펀드에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예상보다 환매
압력이 덜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제로인 최상길 이사는
"주가가 본격적인 상승기에 접어들 경우 환매압력 못지않은 추가자금
유입세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 향후 매매패턴은 추가 자금 유입여부에 달려 =결국 기관투자가들의
향후 매매패턴은 금융기관들의 환매 요구 정도와 새로운 자금 유입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대부분 펀드매니저들은 세계적인
경기회복에 힘입어 올해 전체로 보면 주가가 꾸준한 오름세를 탈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기 보다는
그때그때 장세에 따라 주가가 낮다고 판단하면 주식을 사들이고, 주가가
단기적으로 급등할 경우엔 조금씩 이익을 실현하는 식으로 신축적인
매매전략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