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윌텍정보통신에 근무하는 박종범입니다오랜만에 기사 올립니다.

오늘은 사용자의 입장에서 본 리눅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개발자들의 입장이 아닌 사용자의 입장 말씀입니다.

리눅스를 써본 사람이면 누구나 리누스 토발즈와 GPL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 있을 겁니다. GNU선언문등에도 나타나 있듯, OS를 이용한 상업주의를 철저히 배격하는 리눅스의 정신은 90년대를 풍미하던 수많은 해커와 반MS진영의 큰 호응을 얻게 되었죠.

게다가 리눅스의 성능이 "PC에 구현한 제대로 된 유닉스"처럼 보였다는 것도 리눅스가 빨리 자리를 잡아가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당시 윈도95의 사용자들은 리눅스를 접해보고 너무나 당황했죠. 도스보다도 어려운 운영체계를 어떻게 PC에 사용할 수 있을까.

요즘 레드햇 리눅스를 보면 결코 리눅스가 어려운 OS로 낙인찍힐 만한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설치부터 프로그램실행까지 GUI로 구현되어 초보자도 쉽게 리눅스를 설치할 수 있게 되어있으니까요.

저도 2년전, 앨릭스(현 아델리눅스)사의 6.1 버전을 구해서 인스톨 했습니다. 아하! 이게 새로 나오는 리눅스구나, 설치 정말 쉽구나..

거기서 바로 웹서버 설치하고, FTP설정하고...
정말 편해졌다고 감탄하며, 거의 설정이 끝나갈 무렵 어떤 프로그램 하나를 새로 설치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바로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서 설치했죠. 거기서 무척 당황했던 것이, 분명히 설치는 끝났는데, GNOME 메뉴에 아무리 찾아봐도 안나오는 겁니다.

윈도95나 98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리눅스의 GNOME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벌어진 이 사태를 저는 수습할 길을 몰라 헤매고 있다가, 개발담당자에게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담당자가 알려준 방법은, 아이콘을 하나 만들고, 프로그램이 설치된 경로를 찾아 등록하고, 아이콘이 설치된 경로를 찾아 등록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허탈해 하면서도 그대로 따라해서 결국 성공했습니다. 그런대로 불편함을 참을만 했습니다. 그런 저를 또한번 당황스럽게 만든 것은 몇몇 사이트들의 Explorer에서만 통하는 문법을 사용한 웹문서들이었습니다.

도무지 리눅스의 Netscape에서는 제대로 읽히지가 않았던 것이죠. 그래도 참았습니다. 그 사이트는 앞으로 안가겠다는 굳은 다짐과 함께.

그렇게 굳세게 웹서핑을 마친 저에게 또 다른 문제가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바로 '한글'문제였습니다.
분명히 한글 입력기AMI도 있었고, 다른 곳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던 이 한글 문제가, 곳곳에서 저를 괴롭혔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자신이 쓸 character set을 정해줄 수 있게 되어 억지로라도 한글을 쳐넣을 수 있었지만, 대다수의 프로그램들은 마치, 영어만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언어인양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길로 저는 리눅스를 지웠습니다. 파티션도 원상복구 시키고 말입니다.

물론 그때로 부터 2년여가 지난 요즘은 조금 나아진 버전을 쓰고 있습니다. 컴파일러가 리눅스 용으로만 나오는 개발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말이죠.

아직도 많은 문제가 저를 괴롭히고는 있습니다만, 분명 2년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많은 편리함들이 추가되었습니다.

구구절절 긴 이야기를 쓰면서 말하고 싶은 것은 리눅스를 개발하는 회사들에게 해줄 몇 가지 충고입니다.

리눅스 개발사들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아닙니다.
즉, OS를 파는 것보다는 부대 소프트웨어 기술이라든지, 서버기술로 상업적인 이익을 내고자 함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사용자친화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 리눅스 사용자가 늘지 않는 지를 알고 싶으면 사용자의 입장이 되어 모든 것을 보는 눈을 가져야겠지요.

OS자체가 이익을 낼만한 대상이 아니니까 거기에 대한 개발은 여기까지만 하면 되겠지 하는 입장이라면, 마이크로소프트로 부터 사용자를 뺏아 오는 것은 요원하다 하겠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리눅스 업체들은 정말 고무적인 노력을 다 하고 있습니다. 덜 완벽하다고 해서 그분들의 노고를 무시해서는 안될 것입니다만, 상용 OS인 윈도우에 비해 떨어지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애플리케이션의 다양화입니다. 미지리눅스에서 오피스 한글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전문 응용프로그램은 거의 리눅스용이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또 있다고 해도 한글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무척 어렵게 사용해야 하는 점도 굉장한 약점입니다.

이 한글 문제는 좀 있다가 다시 짚어보기로 하죠.
아뭏든, 스프레드 쉬트, 워드 프로세서,그래픽 에디터등의 프로그램들은 거의 리눅스에서도 윈도우98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에 리눅스를 설치하여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컴퓨터를 많이 잘 아는 사람외에는 좀처럼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컴퓨터로 밥먹고 사는 사람들이겠죠. 그 사람들에게 OrCAD가 없으면 회로 설계가 되지 않을 것이고, PSPICE가 없다면 시뮬레이션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리눅스에서 메일 보내다가도 OrCAD때문에 재부팅을 해야 한다면, 차라리 윈도98을 쓰고 말겠지요. 이제 다시 한글 문제입니다. 리눅스에 EveryBuddy라고 하는 ICQ,MSN,AOL을 통합관리할 수 있는 메신저가 있습니다.

이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후에 한글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지워버린 사용자가 저뿐이 아닐 겁니다. 리눅스의 소프트웨어 개발은 흔히 CVS와 같은 공동 개발형태로 이루어집니다.

여러 사람이 개발에 참여하여, 남이 고치던 소스를 자신이 마저 고치고, 계획을 짜서 모듈을 나누어 개발 할 수있게 된 것이 CVS인데, 리눅스 프로젝트 중 많은 부분이 이 CVS를 통해서 개발되고 있는 것이지요.
만일 EveryBuddy의 개발자 중 한 명이라도 한글을 아는 사람이 있었다면, 아니 한 명이라도 아시아의 2바이트 체계의 문자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제가 한글을 입력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겠습니까.

여기까지 해서 제 2년간의 리눅스 사용기를 올렸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말을 빠뜨렸습니다. 저는 리눅스를 아직 돈주고 사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그 응용프로그램도 말입니다. 이 사실 하나만 놓고도 리눅스의 미래는 "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눅스의 가장 큰 상대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군이고 보면, 그리 미래가 만만하게만은 보이지 않습니다.
현 시대가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자본주의가 세계질서를 형성하는 시대임을 가지고 비교한다면 너무 비약일까요?

하지만, OS를 개발하는 댓가가 있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제품군과 전 세계 프로그래머들이 짬짬이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해서 만들어내는 리눅스관련 소프트웨어들은 어쩌면 출발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그것과 너무나 흡사합니다.

리눅스 개발사들은 지금부터가 아주 중요한 선택의 시간입니다. 어떻게든 마이크로소프트 제품군과 경쟁을 벌이기 위해서는 당장 "돈"이 되지 않는 투자를 끝이 어딘지도 모르고 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리눅스 개발사들 나름대로 각자의 수입원은 확보 해놓고 리눅스 배포판을 만들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듯 합니다. 임베디드 리눅스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만, 사용자의 입장에서 본 리눅스는 아직도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격차가 매우 좁혀졌다는것도 사실입니다.

당장이라도 몇몇 회사가 기가 막힌 리눅스 배포판을 개발해서 마이크로소프트를 바짝 긴장시키는 광경을 상상해보세요. 그래서 윈도XP가격이 2만원대로 떨어지는 것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저 뿐인가요?

/IT클럽 리포터 박종범 coolwind@willte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