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시중은행들의 올해 경영실적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하이닉스의 장래가 암담해지면서 은행들이 하이닉스에 빌려준 돈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상향 조정하는 대신, 올해 순이익 목표치도 대폭 하향
조정하고 있다.

대손충당금이란 은행이 빌려준 돈의 일정 부분을 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놓는 돈을 말한다. 한미은행이 최근 하이닉스반도체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연말까지 파격적인 수준인 80%로 높이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적립비율은 대체로 자금회수가 거의 불가능한 부실기업(예컨대 대우차)
여신에 대해 쌓는 비율이다.

한미은행이 현재 하이닉스에 빌려준 돈은 1916억원. 이미 50%(약
958억원)를 충당금으로 적립했으나, 연말까지 575억원 정도를 추가
적립하겠다는 뜻이다.

대손충당금은 적립 액수만큼 은행의 순이익을 깎아먹는다. 따라서
한미은행은 올해 당기순이익 목표액을 3000억원에서 2000억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미은행 서경표 부행장은 『경영실적은 경영진의
성적표와 같지만, 실적을 희생하더라도 (부실을 털어내) 내실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연초만 해도 하이닉스 대출금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지
않았다. 하이닉스를 정상기업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
하이닉스 부실이 문제가 되자 우량은행들은 대출금의 50%까지, 그렇지
못한 은행들은 15%까지 충당금을 쌓았다.

이 금액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예컨대 한빛은행은 대출금의 15%인
1033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았다. 이는 한빛은행 올해 순이익
목표치(5500억원)의 19%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빛은행이 충당금
적립비율을 50%로 끌어올리면, 올해 순이익 목표에 상당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다른 은행들도 하이닉스 충당금 적립 부담 때문에 올해 순이익 목표를
쉽게 달성하기 힘든 상황이다. 외환은행은 연초 밝혔던 7600억원의
순이익 목표치를 최근 2000억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은행은 현재
15%인 하이닉스 대손충당금 비율을 연말까지 5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대우증권 이승주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 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하이닉스가 무너졌을 때, 은행이 얼마만큼 견딜 수 있느냐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하이닉스 대손충당금을 가급적 많이 쌓으려고 노력을 하고,
신규자금 지원에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규자금을 지원하면
여신액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대손충당금 적립액도 함께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