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사건 이후, 세계적인 금리인하 바람이 우리나라에도 불어
닥쳤다.

한국은행은 19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사상 최대폭(0.5%
포인트)의 콜(금융기관간 초단기 자금거래)금리 인하를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콜금리는 모든 금융상품의 「기준금리」로서 시중
실세금리와 은행 예금·대출 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은의 이날 콜금리 인하는 금융시장에 즉각 반영됐다. 채권시장에서
실세금리인 국고채와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고,
시중은행들도 때를 기다렸다는 듯 잇따라 예금금리를 대폭 인하했다.
이에 따라 퇴직 생활자들이 손에 쥐는 이자소득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며,
시중 부동자금은 한 푼이라도 더 이익을 주는 금융상품으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날 서울 주식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경제의 장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콜금리 인하가 채권시장과 은행 금리에만 영향을
미칠 뿐, 주식시장에는 영향을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또다시
입증한 셈이다.

◆ 금리 왜 갑자기 대폭 인하했나 = 콜금리 인하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최고의사 결정기구)
정례회의(10월11일)를 22일이나 앞두고 예고 없이 단행됐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하루라도 빨리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콜금리 인하시기를 대폭 앞당겼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콜금리를 인하한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미국·유로연합·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미국
테러사건 이후 잇따라 금리를 인하했다는 점이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앞으로 경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판단이 섰을 때 이를
조금이라도 방어하기 위해 단행된다.

한국은행의 강형문 부총재보는 『세계 중앙은행의 동반
금리인하는 우리나라 수출시장의 상황이 보다 안 좋아질 것이란 점을
알려주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세계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로 내수를 자극해 국내 경제를 뒷받침할 필요성이 컸다는
얘기다.

둘째, 국내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제시한 3.8%선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사실상 폐기했다. 전철환 총재는 『수출 감소폭이 커지는 등
실물경제가 9월 들어서도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의 악화로 수출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내수까지
무너지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다.

◆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 =한국은행은 콜금리 인하와 함께
총액한도대출 금리를 함께 내렸다. 총액한도대출이란 중소기업
대출용으로 한국은행이 시중 금융기관에 저리로 빌려주는 자금을
말한다. 한국은행은 이 총액한도대출 자금의 금리를 0.5%포인트 인하, 연
2.5%로 조정했다. 총액한도대출 금리 인하는 지난 98년 9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은 이 부분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 이번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는 은행의 대출금리, 특히 테러사건 이후 수출길이 봉쇄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대출금리의 인하를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총액한도 금액도 9조6000억원에서
11조6000억원으로 2조원 늘렸다.

이번 총액한도대출 금리 인하는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로
연결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콜금리와 총액한도대출 금리 동반 인하로
시중은행이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최대 1% 포인트까지 인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시중은행은 예금금리만 인하 = 콜금리 인하가 결정된 직후,
시중은행들은 일단 예금금리만 인하했다. 은행들이 19일 단행한 예금금리
인하폭은 콜금리 인하폭과 같은 최대 0.5%포인트에 이른다. 이에 따라
은행의 정기예금(1년 만기 기준) 금리는 연 4.7%까지 내려갔다.

또 한은의 콜금리 인하는 이날 채권시장에서 실세금리 지표인 국고채
유통수익률을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뜨렸다. 시중 실세금리가 계속 하락할
경우, 은행의 예금금리는 앞으로 더욱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과
8월 한은의 콜금리 인하로 진행된 「콜금리 인하 실세금리 인하 예금금리
인하」의 수순이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날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는 인하하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시중금리가 하락해도 대출금리 인하에는 인색한
태도를 취해 왔다. 한국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은행의 평균 예금금리는
작년 12월말 연 5.95%에서 4.93%로 1.02% 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연 8.41%에서 7.78%로 0.63% 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전철환 한은 총재는 『이번 콜금리 인하로 시중은행은 대출금리를 내릴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생겼다』는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